행정안전부 산하 소방방재청이 3년여간 60억여원을 들여 산사태ㆍ사면붕괴 예측 등 연구용역을 실시하고도 이를 활용해 국가 재난상황종합관리시스템(MDMS)을 구축하는 당초 계획을 실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이 계획대로 올해 2월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면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4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소방방재청 자연재해저감기술개발사업단 3단계 사업안내'에 따르면 소방청은 산사태 재해 예측 및 저감기술개발 등 7개 자연재해저감기술 연구용역을 2006년 7월~2009년 2월 실시했다. 특히 30억여원의 연구비를 들인 '사면붕괴 예측 및 대응기술개발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서울 서초구 우면산과 비슷한 우리나라의 사면붕괴 위험지역이 100만여 곳에 이른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이 연구결과는 다음 단계로 2009년 3월~2011년 2월 국가 재난상황종합관리시스템(MDMS)인 사이버 자연재해기술정보통합센터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었다.
이수곤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기술위원회 한국대표는 "이것이 실현됐다면 우면산 산사태 전인 올해 2월 시스템 구축이 완료돼 각 부처와 지자체의 산발적인 재난경보 사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60억여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연구결과도 사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이버센터 구축의 세부 내용은 자연재해정보 통합관리시스템 개발 및 운영, 자연재해정보의 대국민 서비스, 자연재해 현장정보 수집시스템 현장적용기술 개발 등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별다른 이유 없이 취소됐다. 전문가들은 소방청장이 자주 교체되는 과정에서 당초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 사업공고문을 낼 당시 청장은 문원경씨였지만 첫 단계의 연구용역 완료 시기(2009년 2월)에는 최성룡씨로 교체된 뒤였다. 같은 해 3월 시작될 예정이었던 다음 단계의 사이버센터 구축안은 이때 취소됐다. 2009년 10월에는 청장이 박연수씨로 교체됐으며, 지난달에는 이기환 청장이 취임했다.
사업단의 상위 부처와 주관기관도 자주 바뀌었다. 사업단은 당초 교육과학기술부산하였다가 2004년 소방방재청으로 이관됐다. 또 주관연구기관도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지난해 한국방재협회로 바뀌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사업단 연구과제의 경우 과업을 주고 매년 평가를 하는데 점수가 낮아서 없어진 것"이라면서 "선진국에서도 구나 시가 자기 지역의 자연재해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지 산림청(이나 소방청) 등이 모든 일을 해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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