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유모(24)씨는 몇 년 전 부족한 생활비 탓에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빌렸다가, 고율(연 49%)의 이자를 감당 못해 연체가 발생했다. 그는 "198만원의 빚이 금세 488만원으로 불어 휴학하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유씨는 올해 1월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이자(290만원)를 면제받았다. 그는 현재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다달이 원금을 갚아나가고 있다.
대학생들이 고금리(연 40%대)대출→연체→신용불량→취업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발점인 대부업체로 몰리고 있다. 약 5만명이 800억원 가량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고, 연체율은 14.9%로 대부업체 전체 연체율(7.2%)의 2배를 넘어섰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총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 40곳(점유율 80~90%)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대출을 실제 취급한 28곳에서 6월말 현재 4만7,945건의 대출잔액이 794억5,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건수는 57.2%, 금액은 40.4%나 급증한 것이다.
특히 연체금액은 118억1,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77.5% 치솟았다. 일부라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개인신용정보평가사에 신용불량자(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는 걸 감안하면, 대부업체를 이용한 약 5만명의 대학생 중 상당수가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개인워크아웃을 상담한 20대 신용불량자는 2005년 이후 올해 6월까지 8만4,227명에 달한다. 신용불량의 낙인이 찍히면 취업은 언감생심이다.
대출 목적은 학자금(42.4%)과 생활비(24.8%)가 많았고, 1년 전보다 이 비율이 더 늘어나 대학생들의 고단한 처지를 드러냈다. 차환대출(돈을 빌려 다른 빚을 갚음) 목적으로 빌린 돈 역시 1년 만에 2배로 느는 등 고질적인 채무에 시달리는 대학생도 적지 않았다.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대학생들이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은 대부업체의 마구잡이 대출 탓이 크다. 무엇보다 가족이 대신 갚아주리라 기대하기 때문. 경기 부천시의 주부 A씨는 "아들이 학자금 명목으로 대부업체 2곳에서 몰래 대출을 받아 실제로는 용돈으로 썼다"며 "신분증과 등본 등 간단한 서류만 받고 대출을 해준 건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부모 형제 친척이 나서 돈을 갚아주는 특유의 가족주의 문화 때문에 돈을 떼일 가능성이 적다는 걸 알고 대부업체들이 대학생들에게 손쉽게 돈을 빌려준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돈을 갚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모 등 제3자의 대위변제(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를 강요하지 말도록 대부업체 240곳에 지도공문을 보냈다. 대학생대출을 취급할 때는 무분별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보호자의 지급 보증 등 보증인을 세우도록 지도하고, 신고전화(1332, 02-3487-5800)도 운영한다. 또 부득이하게 학자금 등을 대출받은 대학생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한국장학재단의 저금리(연 4.9%) 학자금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방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최진욱 사회경제팀 간사는 "근본적으로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 보니 아르바이트로는 생활비 마련도 힘든 상황이라 대학생들이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내밀게 된다"면서 "등록금 부담 완화, 최저임금 인상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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