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구개발 중복 투자로 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는 한국일보 2일자 10면 '태양에너지 연구기관만 23곳'기사에 대한 @seonglyunkim님의 멘션입니다.)
@seonglyunkim님의 멘션은 여러 기관이 연구하면 서로 경쟁이 되어 더 좋은 결과를 낳을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읽힙니다. 일견 타당한 의견입니다. 여러 기관이 같은 주제로 연구ㆍ개발(R&D)을 하면 더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은 해당 분야에서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데서 시작합니다. 전혀 교류가 없어 어느 연구기관의 기술이 앞서거나 뒤져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같은 주제를 연구한다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로봇만 해도 부품 종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연구기관별로 특성을 살려 부품을 개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seonglyunkim님 생각처럼 경쟁 체제가 좋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적용이 어렵습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 26곳만 해도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산하에 13곳씩 나눠져 있습니다. 관할 부처가 다르다 보니 다른 기관이 하는 일을 잘 모릅니다. 결국 불필요한 중복 연구로 예산만 낭비하거나, 각기 부품을 개발해도 조립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은 각각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P)와 종합과학기술회의(CSTP)를 두고 있습니다. 이들 기구는 R&D 기획ㆍ조정부터 예산 배분과 평가까지 합니다. 유사ㆍ중복연구를 막고 효율적인 R&D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올해 초 출범했습니다. 출연연도 한 곳으로 모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기사는 정부 부처들의 유사ㆍ중복 연구가 연구기관 간 소통 없는 현실과 맞물려 오히려 경쟁력을 해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담기 위해 취재ㆍ작성한 것입니다.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의 과학기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변태섭 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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