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아이가 설사를 하면 보통은 상한 음식이나 소홀한 위생관리 때문에 생긴 장염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생 문제로 생기는 설사병은 세균성 장염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전국 106개 의료기관에서 장염으로 의심되는 환자의 검체를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성 장염 건수가 세균성보다 사계절 내내 항상 많았다.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여름철(6~9월)에도 바이러스성 장염이 659건으로 세균성 396건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설사병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세균성과 바이러스성 장염은 증상이 명확히 다르다. 끈끈하거나 피가 섞인 변이면 세균성, 쌀뜨물 같은 묽은 변이면 바이러스성일 가능성이 높다. 천두성 국립보건연구원 간염폴리오바이러스과 연구원은 "특히 5세 미만 소아에선 성인보다 바이러스성 장염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성 장염은 주로 감염된 아이의 배설물에서 배출된 바이러스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전염된다. 장염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생존력이 강하다. 길게는 몇 주 동안 기저귀 통이나 장난감, 주방, 욕실 등에 묻어 있다가 다른 아이에게 옮아갈 수 있고, 소량으로도 쉽게 감염된다. 국내에선 로타바이러스가 가장 많고 노로바이러스와 장아데노바이러스가 각각 뒤를 잇는다.
손 씻기나 소독하기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실천하면 예방할 수 있는 세균성 장염과 달리 바이러스성은 세제나 손소독제로도 전파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 위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게 바이러스성 장염이다. 또 세균성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바이러스성은 탈수를 막기 위한 수분공급 말고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예방접종이 최선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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