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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오는 두바이유 '이유 있는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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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오는 두바이유 '이유 있는 고공행진'

입력
2011.08.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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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유의 3대 유종은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그리고 중동산 두바이유다. 원래 WTI가 가장 비쌌고, 다음으로 브렌트유, 두바이유 순이었는데 올 들어 WTI와 두바이유의 가격은 완전 역전됐다. 게다가 격차마저 계속 벌어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수입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의 월 평균가격은 지난 1월부터 WTI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1월에는 두바이유 평균가격이 배럴당 92.55달러로 WTI(89.58달러)보다 3달러 정도 높은 수준이었지만, 지난 달에는 격차가 13달러 안팎까지 벌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두바이유의 가격은 110달러 안팎을 유지하는 반면 WTI의 가격은 90달러 중반 이하로 하락하고 있다.

사실 WTI와 브렌트유는 모두 초경질유이면서 유황성분도 극히 적은 고급유종. 반면 두바이유는 고유황 중질유여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낮았다. 그러다 보니 가격은 미국에서만 통용되는 WTI, 유럽을 중심으로 한 브렌트유, 그리고 아시아지역에서 많이 쓰는 두바이유 순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격순위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상태이며 브렌트유-두바이유-WTI의 구도가 굳어지는 듯한 형국이다.

이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경기 흐름을 타는 것과 관련이 깊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미국은 최근 수년째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석유 수요도 감소세를 보인 반면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권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감에 따라 중동산 두바이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약세현상이 지속되는 것도 주요 요인 중 하나. 중동 산유국 가운데 이란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들이 달러로 결제를 하는데, 산유국들이 달러화 약세에 따른 재정수입감소를 의식해 두바이유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이런 흐름이 선물ㆍ현물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달러화로 표기되는 각종 원자재의 선물거래 가격이 일제히 뛰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WTI가 외부로 수출되지 않는다는 점도 관련이 있다. WTI는 미 국내에서의 수급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데, 특히 뉴욕상업거래소(NYMEX)를 통해 형성된 선물이 인도되는 오클라호마주 쿠싱 지역의 재고량 변화에 극히 민감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4,588만배럴인 저장능력의 80%대 중반을 넘나드는 재고가 쌓이자 가격이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올 들어 이집트와 리비아, 시리아 등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정세가 불안할 때 브렌트유나 두바이유의 가격이 치솟은 것과 달리 WTI는 큰 움직임이 없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달러화 약세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고, 쿠싱지역의 파이프라인 확대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두바이유가 WTI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지금의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전체 원유 수입량 중 8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는 우리 경제에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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