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해외 브랜드 쇼핑이 줄을 잇고 있다. 샤넬 구찌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준(準)명품급 유명브랜드들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지주회사인 AGO는 2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유명 향수 브랜드 '아닉 구딸(ANNICK GOUTAL)'를 미국계 사모펀드인 스타우드 캐피털로부터 100%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겸 모델인 아닉 구딸이 1981년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향수 브랜드로, 2009년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고 전세계 20개국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로써 아모레는 처음으로 해외브랜드를 보유하게 됐으며, 아닉 구딸을 통해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 고가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 관계자는 "아닉 구딸은 프랑스뿐 아니라 아시아인의 취향에도 맞는 명품 브랜드란 점에서 아시아 향수 사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랜드그룹은 지난 달 이탈리아의 가방 브랜드인 만다리나덕을 인수했다. 1977년 이탈리아에서 론칭한 만다리나덕은 화려한 색채와 실용성 강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유명 브랜드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에도 이탈리아 제화업체 '라리오'와 여성용 의류업체 '벨페' 등을 인수했는데, 이 같은 해외 고가브랜드 인수를 통해 이랜드의 저가이미지를 씻겠다는 구상이다.
올 초엔 휠라코리아가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골프용품업체 아큐시네트를 인수했다.
이 같은 해외 유명브랜드 인수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전략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이탈리아에선 여러 브랜드가 M&A시장에 나와 있다"면서 "초고가의 명품들은 아니지만 대부분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인지도와 고객층을 확보한 브랜드들"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시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이런 유명 브랜드가 꼭 필요한 입장. 특히 중국 등 아시아시장은 경우 외국 유명브랜드 선호도가 워낙 높아, 이들 브랜드를 인수할 경우 현지시장확대가 한결 용이해진다는 분석이다.
인수되는 브랜드의 입장에서도 경제위기로 성장이 정체돼 있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앞으로 큰 성장이 기대되는 아시아에 진출해야 전망이 좋다는 인식이 있어, 인수전에서 우리나라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아큐시네트 인수전에서 승리한 요인으로 "새로운 골프용품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비전이 큰 점수를 받았다"고 밝힌 적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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