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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옥수수·바나나… 지구촌 곳곳 식량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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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옥수수·바나나… 지구촌 곳곳 식량 쟁탈전

입력
2011.08.0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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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도 정부는 양파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홍수 여파로 인도인의 주식인 카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양파 생산량이 급격히 줄면서 양파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1998년 여당이 양파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바람에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양파는 인도에서 중요한 야채로 꼽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도에 양파를 수출해 온 인접국 파키스탄이 최근 폭우로 전 국토의 25%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어 양파 수출을 전격 중단하자, 인도가 발끈하면서 파키스탄에 토마토 수출을 금지하는 등 양국 간 식량 전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식량 전쟁이 한창이다. 2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주요국 식품가격 상승의 의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바나나), 멕시코(옥수수), 중국(돼지고기) 등 세계 각국에서 주요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호주의 경우 연초 퀸즈랜드 주를 휩쓴 홍수로 독일과 프랑스를 합친 면적에 해당하는 국토가 침수돼 바나나 가격이 138%나 치솟았다. 바나나값 폭등은 전체 과일 가격을 26.9%나 끌어올려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3.6%를 기록했다. 호주 정부는 바나나발(發) 물가 급등으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마저 제기되자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멕시코도 선진국들의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 수요가 늘면서 지난 2월 가격이 60% 급등한 데 이어 연내 50%가량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국제선물시장에서 닥치는 대로 옥수수를 사들이고 있다. 멕시코는 2007년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 상승으로 국채와 화폐가치가 급락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어 더욱 필사적이다. 당시 주민들은 "옥수수가 없으면 나라도 없다"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식량 전쟁은 이들 나라와 일부 품목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인구가 많은 신흥국의 경제 성장으로 식량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은 오히려 줄어 식량 전쟁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인도는 최근 5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39%나 급증, 우유ㆍ계란ㆍ육류ㆍ생선 등을 정기적으로 소비하는 인구가 2억2,000만명이나 늘어났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곡물 소비량만도 전세계 소비량의 30%를 점한다.

하지만 중국의 폭설과 홍수,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가뭄 등 주요 곡물 생산지의 기상이변으로 올해 세계 곡물 생산량은 2% 감소할 전망이다. 더욱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저지대 경작지가 줄어들고, 도시화ㆍ산업화로 곡물 재배면적이 축소되고 있어 장기적으론 더 심각하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옥수수,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한 바이오 연료 생산을 늘리는 것도 곡물 수급에는 악재다.

식량 자급률 50% 수준인 우리나라가 느끼는 위기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곡물가격 급등은 그 자체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일뿐더러 곡물을 재료로 한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업 등 개인서비스요금, 나아가 전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식량 자급도를 높이고 식료품 가격을 통제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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