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정자항 동북쪽 7.8 마일 해상. 밍크고래 한 마리가 내가 탄 울산광역시 고래조사선을 보자 황급히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환호하며 '고래!'라고 외쳤지만 어린 밍크고래는 달아나기 바빴다. 이미 부모 밍크고래는 고래조사선의 소리에 깊이 숨어버렸고 그 녀석은 어려서 행동이 늦었을 것이다.
그 날 울산이 명명한 '고래바다'에서 6시간의 목시조사 중에 그렇게 고래 한 마리를 보았다. 사방이 하늘과 바다뿐인 망망대해에서 고래 한 마리와 만나는 확률은 몇 %일까? 조사선은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고래는 바로 그때 바다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있어야 우리는 만날 수 있다.
8명이 조사원이 조사선의 이물과 고물에서 바다를 훑고 가다가 툭, 하고 만나는 것은 확률만이 아닐 것이다. 그건 불가의 비유대로 억겁의 인연일 것이다. 고래를 발견한 지점의 표층수온을 조사하니 23도였다. 장마가 끝나고 8월이 오자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고 있었다. 바닷바람의 느낌도 출발 당시와 달랐다.
차가운 느낌에서 훈훈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울산의 고래바다로 고래들이 찾아와 놀다 갈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고래조사선에서 럭키맨이 되었다. 내가 조사선을 타면 고래를 본다는 정설이 또 확인됐다. 행운이 겹치면 그것도 인연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고래 사이에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일까? 바다에서 돌아와서도 그 생각뿐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