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컨벤션센터. GM 댄 애커슨 최고경영자(CEO), 포드의 앨런 멀랠리 CEO, 현대차 존 크래프칙 미국판매법인 사장 등 세계 자동차 업계의 CEO들이 총 집결했다. 무대엔 도요타의 대표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 닛산의 전기차 리프와 함께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전시돼 있었다.
이날 행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연비 기준 발표를 위해 마련된 것. 오바마 대통령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운행되는 자동차 평균연비는 ℓ당 23.0㎞로 높아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모든 자동차 업체는 2009년 기준으로 ℓ당 11.5㎞인 평균 연비를 2016년까지 ℓ당 15.0㎞로 개선한 뒤 더욱 향상시켜야 한다.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업체는 판매가 금지된다.
자동차 업계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날 존 크래프칙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사장은 시종 여유 있는 미소를 머금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연비 ℓ당 21㎞)가 대통령의 행사에 전시되면서 미국 판매 4개월 만에 대표적인 고연비 차량으로 인정 받았기 때문.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 7월 미국에서 1,780여 대가 판매됐다. 6월에도 1,422대가 팔려, 혼다 인사이트(1,201대) 포드 퓨전(969대) 등을 제치며 프리우스(4,340대)에 이어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단숨에 2위로 떠올랐다. 준중형급인 프리우스, 인사이트와 달리 중형급차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 주효했다.
현대차가 연비 경쟁에서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조사에서 올 상반기 현대차의 미국 판매 차종 평균 연비는 ℓ당 15.1㎞로 나타났기 때문. 이미 2016년 기준을 넘어 선 것이다. 특히 아반떼(현지 판매명 엘란트라) 1.8 모델은 미국 환경청(EPA) 연비 테스트 결과 고속도로 기준 연비가 ℓ당 17.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아반떼는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 최근호에서 경쟁 차종인 혼다 시빅 등을 제치고 최고의 소형 신차로 꼽힌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맞춰 전차종에서 고연비를 주도하는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ㆍ기아차는 올 상반기 319만대를 팔아, 사상 처음으로 도요타(301만대)를 제치고 글로벌 4위 자리에 올랐다. 도요타는 지난해 리콜 사태와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겹쳐 지난해 상반기(425만대)보다 판매가 무려 124만대가 줄었다. 판매 1위는 GM(464만대), 2위는 폴크스바겐(409만대)가 차지했으며 343만대를 기록한 르노-닛산이 3위에 랭크됐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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