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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카드 혜택 줄이고 VIP카드엔 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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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카드 혜택 줄이고 VIP카드엔 듬뿍

입력
2011.08.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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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이모(45)씨는 최근 동네 마트에 갔다가 롯데월드 무료 입장과 자유이용권 50%할인 혜택을 준다는 신용카드(연회비 5,000원)를 신청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놀이동산에 자주 가는 경우에 안성맞춤인 카드다. 월평균 10만원 이상만 쓰면 된다"라는 카드 설계사의 설득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씨는 뒤늦게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보고 나서야 무료입장 혜택이 내년 2월부터 폐지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5개월 찔끔 혜택을 받기 위해 1년치 연회비를 내고 매달 10만원 이상 써야 한다니 속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서민들이 애용하는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은 슬그머니 축소ㆍ폐지하면서 부유층 대상의 카드에는 더욱 강력한 혜택을 추가하는 등 VIP마케팅에만 열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서비스 축소 사실을 신규 고객들에게 재대로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내년 3월부터 놀이동산(에버랜드ㆍ롯데월드ㆍ서울랜드)과 음식점, 영화 할인서비스 혜택의 장벽을 전월 실적 20만원 이상에서 30만원 이상으로 높인다. 현대카드도 내년 2월부터 연회비가 아예 없거나(현대카드C포인트) 1만원 이하(현대카드Sㆍ여우카드)인 카드를 대상으로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50%할인 혜택을 폐지한다. 롯데카드 역시 롯데월드 무료입장 서비스를 내년 2월부터 없애기로 했다. 하나SK카드도 12월부터 항공 마일리지 적립 때 무이자 할부 사용금액은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일반 카드의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선 배경에 대해 업계에선 정부의 규제 탓에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많게는 1%대로 떨어진데다 금융감독 당국의 지속적인 영업 규제로 수익성이 악화해 고객들에게 주는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의 신규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간 게 수익성 악화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이 일반 카드보다 훨씬 더 많이 드는 VIP 카드의 혜택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상반기 VVIP카드 태제(연회비 100만원)에 롯데호텔 객실 30% 등 할인서비스를 추가했고, 하나SK카드도 특급호텔 멤버십 가입과 고급 요트 대여 서비스 등을 넣어 VVIP카드 클럽원(연회비200만원)을 개편했다. 현대카드와 신한카드 역시 기존 플래티넘 카드의 할인 및 적립 서비스를 확대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한편에선 다양한 혜택을 미끼로 서민 고객들을 유치한 뒤 일방적으로 혜택을 축소하고, 다른 한쪽에선 VIP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며 "카드사들의 얄팍한 상술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카드사들의 얌체 상술이 기승을 부리는 데는 허술한 약관(표준약관 14조)이 한몫 거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규정상 카드사들은 신상품 출시 후 1년이 지나면 부가서비스를 바꿀 수 있으며, 6개월 이전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고지하기만 하면 된다. 이를 근거로 카드사들은 카드 출시 1년이 되는 시점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잠재 고객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고객은 그나마 명세서나 홈페이지 등에서 혜택 축소 사실을 알 수 있지만, 비회원은 상담원 등이 설명해 주지 않으면 영문도 모른 채 가입하기 쉽다. 최악의 경우 신규 고객이 된 지 1개월도 안돼 부가 혜택이 줄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잠재적인 카드 고객한테 향후 축소ㆍ폐지될 서비스를 설명하지 않고 혜택만 강조할 경우 불완전 판매에 해당돼 조사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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