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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청년의무고용할당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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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청년의무고용할당제 도입

입력
2011.08.0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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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최근 청년 실업 대책으로 내놓은'청년 의무고용 할당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는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이 전체 근로자의 2.5%를 15세이상 29세 이하의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이 제도를 추가시킨다는 게 여당 구상이다. 청년을 일정 비율 의무고용하는 기업엔 각종 인센티브를 준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시장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당면한 청년 실업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라는 입장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의 고용은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라며 "청년층의 인구가 줄어드는 향후 5~6년 동안 정부의 일시적인 고용 시장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우리나라 청년노동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근시안적인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학력이 즐비한 우리와 달리 저학력 노동자가 많은 벨기에의 청년고용대책'로제타플랜'을 흉내낸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재계도 반대하는 기류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찬성/ 청년실업은 인구 구조 변화 때문

10여 년 전 벨기에에 심각한 청년실업문제가 발생했다. 1998년 당시 대학을 졸업한 지 6개월이 된 13만 여명 중 절반 이상이 실업상태였다. 이에 벨기에 정부는 청년실업에 대한 국가와 사용자 책임을 인정해 2000년 50인 이상 기업에 청년층을 3% 이상 고용을 의무화하는 로제타 플랜을 시행했다. 당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동명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이 제도는 청년의무고용할당제로 불린다.

지난해 5월 상영돼 약 70만 명이 관람한 국내영화'내 깡패 같은 애인'에도 청년실업의 아픔이 묘사되고 있다. 지방대 출신 여주인공이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고, 깡패 애인 역시 여주인공의 취업을 위해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국내 청년층 고용문제는 단순한 일자리 부족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노동시장 간 미스매치에 기인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청년고용 문제를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순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을 선진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해답이다.

그러나 정통적인 해법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해 청년층 고용문제를 해결하는데 당장 도움을 주지 못한다. 현재 청년실업 문제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소위 90년대학번과 2000년대 학번세대의 한시적 문제, 특정세대의 불행으로 보아야 한다. 2015년 이후에는 베이비 붐 세대 퇴직자가 신규 대졸자보다 많아지고 2017년 이후에는 청년층 인구 자체가 줄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는 계속 성장해 왔으나 90년 초 이후 성장이 고용의 증가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성장을 통해 기업만 살찌고, 국민들에게는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가지 못했다.

청년 고용은 준공공재적 성격도 있다. 청년층 취업은 본인에게 이롭지만, 사회가 유능하고 필요한 사람의 인적 자본을 축척해 궁극적으로 사회에도 이롭기 때문에 국가개입이 정당화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업과 국가는 청년세대 고통을 같이 껴안고 가야 할 의무가 있다. 공기업과 500인 이상 대기업에 2015년 까지 한시적으로 청년 채용을 의무화하는 청년층의무고용할당제 도입을 제안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이미 벨기에 의무 비율인 3%이상의 청년층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4%이상의 비율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의무고용비율을 채우지 못한 기업에는 부담금을 징수하고 중소기업주가 아닌 청년층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을 사용하는 방안도 같이 제안한다.

위 제도의 성패는 국민들의 인식공유와 대기업의 자발적인 협조에 달려 있다. 대기업은 기업의 이윤 추구와 더불어 여러 방법으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도록 변모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받은 성장의 과실을, 위기의 시절에, 청년들에게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돌려주는 것이 기업 자신을 동시에 위하는 사회공헌의 초석일 것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반대/ 청년 취업자 42%' 만족 못 해 이직'

국내 청년층 인구는 1991년 1,212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5월에는 961만 명에 머물렀다. 그러나 청년층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약 10만 명 가까이 줄어 고용률은 40.9%에 머물렀다. 청년실업률도 1년 전에 비해 거의 1% 포인트나 상승한 7.3%를 기록했다. 이처럼 청년노동시장이 개선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자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은 100인 이상 기업에 근로자의 2.5%에 해당하는 청년을 추가로 채용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2년간 고용을 보장하는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이 제도를 놓고 일부 사용자나 정치권에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경영권 행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은 사용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5년간 한시적으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옹색한 답변만 되풀이한다. 과연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는지 우려된다.

하지만 보다 우려되는 것은 청년의무고용할당제가 국내 청년노동시장의 핵심을 무시한 근시안적 편법이라는 점이다. 이 제도는 2000년 벨기에가 시행한 ‘로제타플랜’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경제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로제타플랜은 저학력 노동력이 많고 학생들 학업중단이 사회적 문제가 된 벨기에에서 저학력 청년층이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에 흡수될 수 있도록 강제로라도 근로경험을 제공하려는 제도였다. 실제 처음 2년 간 만들어진 일자리의 약 35%는 질이 낮았음에도 로제타플랜이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이런 일자리마저 저학력 청년층에게 근로라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상황은 크게 다르다. 고등학교 졸업생 80% 이상이 대학을 진학하는 상황에서 청년층은 낮은 질의 일자리를 원치 않는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층 42% 이상이 근로여건 불만족을 이유로 첫 일자리를 그만둔다. 부모는 젊은 자식이 어학연수 등 소위 스펙 쌓는 것을 돕기 위해 허드렛일도 마다 않는다. 이런 특성은 무시한 채 엄청난 재원을 사용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청년층 당사자를 포함해 우리 사회 전체에 엄청난 부담만 안겨줄 뿐이다.

캐나다의 YES나 독일의 JUMP와 같은 주요 선진국의 대표적인 청년층 일자리창출사업 특징은 단순히 일자리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항상 병행하는 것이다. 또 창의적이며 도전의식이 강한 청년층에 창업지원 역시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는 엄청난 재원 투입과 비효율성에도 청년층을 최소 2년 간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 것인지, 아니면 그 재원으로 청년층 교육훈련 및 창업을 지원할 것인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시점에 처해 있다.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는 유대인의 속담이 생각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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