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 출신의 구본능(62) 희성그룹 회장이 한국 프로야구의 '구원 투수'로 투입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구본능 회장을 만장일치로 제19대 총재로 추천했다. 구본능 회장은 구본무(66) LG 그룹 회장, 구본준(60) LG 트윈스 구단주와 친형제다.
이용일 총재대행은 이날 이사회가 끝난 직후 구본능 회장에게 KBO 총재 선임 사실을 공식 통보했고, 구 회장으로부터 "총재를 맡아 해보겠다"는 뜻을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방에서 휴가 중인 구 회장은 3일 서울로 올라와 이용일 대행과 이상일 총장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구단주들에게 연락을 드려 다음주께 총회 날짜를 잡을 예정이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면 결의로 신임 총재를 선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구본능 회장이 총회에서 제19대 총재로 최종 선출되면 우선 유영구 전 총재의 잔여임기인 올해 12월말까지 총재직을 수행한다. 이어 내년 초 다시 이사회와 총회 과정을 거쳐 3년 임기(2012~14년)의 20대 총재에 취임하게 된다.
KBO는 지난 한 달간 경영 능력을 갖춘 기존 8개 구단주 중에서 신임 총재를 선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KIA 정몽구 구단주, 롯데 신격호 구단주, 한화 김승연 구단주 등 대기업 오너들은 한결같이 KBO 총재 겸직을 고사했다.
이에 따라 KBO 이사회는 '고육지책'으로 LG 구본준 구단주의 친형인 구본능 회장을 총재로 추대했다.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 구단주 일가로 그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현재 LG 트윈스 고문을 맡고 있는 구본능 회장이 평소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다 기업 오너로서 뛰어난 경영 능력까지 갖췄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사회는 제21대 총재부터는 구단주 또는 구단주 대행 중에서 선출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상일 총장은 이에 대해 "과거 박용오 총재 시절 이사회에서 원래 구단주가 돌아가면서 한다고 의결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박용오 총재)이후에 맡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다시 그때 정신으로 돌아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용오 총재의 후임인 신상우, 유영구 전 총재는 신생 구단 창단 등 중요한 현안들을 처리하면서 각 구단들의 이해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유 전 총재는 비리 혐의로 구속되며 프로야구에 큰 상처를 남겼다. KBO가 향후 총재의 자격을 구단주와 구단주 대행으로 못박은 이유 중의 하나다.
구본능 회장이 다음 주 총회에서 제19대 총재로 선출될 경우 박용오(12~14대), 유영구(17~18대)에 이어 야구계가 자율적으로 뽑은 제3대 민선 커미셔너가 된다. 지난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그 동안 11명의 총재를 배출했지만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난 경우는 1~2대 서종철 총재 밖에 없었다. 또 세 명의 총재가 개인 비리 등의 이유로 임기 중 구속되는 수모를 당했다. 야구계가 야구에 대한 열정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구본능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본능 회장은?
구본능 회장은 한마디로 '야구인'이다. 경남중 시절 직접 야구선수로 뛰었고 야구 명문인 경남고와 고려대를 나왔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공부에 전념하느라 야구를 그만뒀지만 대기업을 경영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은 식지 않았다.
구 회장은 한국스포츠사진연구소 이사장 겸 LG 구단 고문을 맡았고, 특히 2005년에는 그동안 개인적으로 소장해온 12만장의 야구 사진을 모아 '사진으로 보는 한국야구 100년'을 출간했다. 구 회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대한야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원로 야구인들의 모임인 일구회에서는 대상을 받았다. 또 2007년 재개장한 장충리틀야구장 전광판 설치를 위해 3,500만 원을 쾌척한 바 있다.
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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