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가 수도권의 새 아파트를 사려면 소득 수준이 상위 30%에 들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새 아파트는 현실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보다 집을 갈아타려는 유주택자에게 더 적합한 상품인데도, 현행 청약제도는 주택 교체 수요자들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어 현실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무주택 도시근로자 가운데 수도권의 82㎡(25평)형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소득 계층은 최소 7분위(소득 상위 3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도시근로자 소득분위별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자기자본 50%'에 '20년 분할상환 조건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는 가정에 따라 계산한 결과다.
이미 주택을 가진 수요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 신규 분양자금을 마련하는 경우(자기자본 70%로 가정)에는 3분위(소득 하위 70%) 소득층도 수도권 82㎡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현행 주택청약제도는 청약자격을 1·2·3순위로 구분하고 있어, 자금력과 관계없이 무주택자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 분양가 마련이 가능한 1주택자 교체 수요는 외면하고, 자금력이 달리는 무주택자에게만 우선권을 준다는 얘기다.
김현아 건산연 연구위원은 "현 청약제도는 주택 보급률이 70~80%에 그치고 재고주택이 충분치 않을 당시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무주택자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기존 주택을 구입하거나 공공주택을 분양 받도록 하고, 주택 교체 수요자에게는 민영아파트 분양 기회를 늘려주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신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공공주택에는 더욱 엄격한 청약기준을 적용해 유주택자의 진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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