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가 1일 발의되고 투표일이 24일로 확정되면서 올해 초부터 시작된 주민투표를 둘러싼 갈등이 어떤 식으로 매듭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주민투표를 초ㆍ중학교 무상급식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한국사회 복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라고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치적 운명을 걸고 주민투표를 앞장서서 추진한 오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아직 날씨, 법원의 판단, 투표율 등 많은 변수가 남아 있다.
수해 변수 급부상
수해가 예상 밖의 변수로 떠올랐다.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과 강남 일대가 수해를 입자 야권은 오시장 책임론은 부각시키며 주민투표와 연계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1일에도 "주민투표에 드는 예산 182억원을 수해 복구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시장이 주민투표 발의 기자회견 대신 수해현장 방문을 택한 것도 수해로 인한 여론 악화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시장의 주요 지지기반인 서초구와 강남구에서 피해가 컸던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수해로 인한 불만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시민들이 이를 주민투표와 연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주민투표일 전에 태풍 등으로 다시 서울에 수해가 발생할 경우 여론이 어떤 식으로 흐를지 장담하기 어렵다.
법원 판단에 따라 투표 못할 수도
민주당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달 19일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가 제출한 주민투표 서명부가 조례에서 정한 서식과 다르다는 이유 등을 들어 주민투표 청구 수리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주민투표 청구 수리처분 무효확인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또 서울시교육청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주민투표 집행정지 신청이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중 하나라도 받아들여지면 주민투표 절차는 중지된다. 현행법상 10월 26일 실시되는 재보궐선거 60일 이전에는 주민투표를 치를 수 없기 때문에 주민투표는 10월 말 이후로 연기된다. 이럴 경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행정법원은 주민투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판단을 16일 이전에 내릴 방침이다.
투표율 33.3% 넘을까
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투표율이 33.3%를 넘느냐가 관건이다. 오시장 측은 투표율을 넘기기만 하면 결과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무상급식에 대한 몇몇 여론조사 결과 오시장의 입장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이 투표불참 운동을 벌이고 있어 실제로 투표 참여자 다수는 오 시장 지지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투표율이 33.3%를 넘으려면 서울시 유권자 836만명 중 278만명 이상이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 투표운동 기간이 휴가 기간과 겹치는 데다, 임시휴일이 아니라는 점도 변수다. 투표율이 미달하면 아예 개표를 하지 않고 주민투표에 부쳐진 두 가지 안 모두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법제처는 기존 정책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이럴 경우 오시장은 막대한 예산과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오세훈 시장직 걸까
오시장은 1월 주민투표를 추진할 때부터 여러 차례 정치적 운명을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시장은 6월 주민투표 청구서가 제출될 때 "주민투표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정치적 책임을 질지 고민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책임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주민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오시장이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민투표 결과와 시장직을 연계시킬 가능성도 있다. 여권에서는 오시장이 시장직을 걸 경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자칫 서울시장을 야당에 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현재 여러분들의 의견을 들으며 고민하고 있다"며 "정책투표를 정치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