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모처럼 함께 하는 휴가철 피서지의 별미는 역시 야채에 싸서 먹는 삼겹살. 하지만 공교롭게도 삼겹살과 상추, 깻잎, 파의 가격은 지금 최고조에 달해 있다. 고기는 구제역 후유증 탓이고, 야채는 폭우 때문이다. 금주 들어 수많은 가정이 여름휴가를 속속 떠나고 있지만, 대표적 서민메뉴인 '삼겹살 만찬'조차 버겁게 느껴진다는 게 일반 시민들의 하소연이다.
1일 한 대형마트에서 4인 가족이 피서지에서 구워먹을 수 있는 삼겹살과 잎 채소 등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1년 전에 비해 대부분 두자릿 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현재 삼겹살 가격은 100g 당 2,280원. 유럽산 돼지고기 수입확대로 값이 한풀 꺾였다고는 하나, 작년 이맘때(1,980원)에 비하면 15.2%나 비싸다. 4인 가족이 먹을 수 있는 1㎏을 사는 데 드는 돈은 2만2,800원이다.
가장 많이 오른 건 상추와 깻잎 등 잎 채소다. 상추는 100g 한 봉지당 1,980원이었던 것이 2,900원으로, 깻잎은 1,400원에서 2,000원으로 각각 46.5%, 42.9% 급등했다. 마트 채소 담당 구매자는 "상추는 용인, 이천 등 주 산지가 비 피해를 입어 수확량이 급감했고, 깻잎 역시 긴 비와 하천 범람 등으로 밀양 산지에 피해가 있어 출하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상추와 깻잎 등은 자라는 기간이 짧아 다음 물량 출회가 곧 이뤄질 예정이어서 이달에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으면 가격이 차츰 안정될 전망이다.
삼겹살 파티에 빠질 수 없는 고추도 100g 당 가격이 지난해 1,480원에서 올해 1,800원으로 21.6% 올랐다. 7월 초에는 영남지역, 7월 중순 이후에는 강원도 지역의 비 피해로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다.
피서지에서 고기만 구워 먹을 수는 없는 일. 포장김치와 과일 등도 챙겨 가야 할 품목들이지만 역시 가격부담이 만만치 않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멜론 소매 가격(전국 평균)은 개당 6,541원으로 1년 전(5,421원)보다 20.7%나 급등했고, 수박은 1만8,547원으로 1년 전(1만5,535원)에 비해 19.4% 올랐다.
한 대형마트의 과일 구매담당자는 "7월 한 달 중 23일이 비가 왔고 비가 오지 않은 날도 구름 낀 날이 많아 햇빛을 본 날이 드물었다"면서 "과일이 늦게 익어서 값은 오르는데 그나마 당도까지 떨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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