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우면산 정상에 있는 공군기지가 이번 우면산 산사태의 한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중간 조사 결과 나타났다.
서울시, 서초구청, 외부 전문가, 군 등으로 구성된 우면산 산사태 합동조사단은 1일 산사태 원인 조사 결과 중간발표에서 “공중에서 볼 때 군부대 방향으로 연결된 산사태 흔적 세 곳이 있는데, 이 중 래미안 아파트 방향의 산사태 흔적을 군부대 경계부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형식 합동조사단장(전 한양대 교수)은 “군부대에서 산사태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 군부대가 산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부대와 협조해 공동 조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머지 두 개의 산사태 흔적도 군부대와 인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합조단 관계자는 “군 부대 내의 헬리콥터장 펜스나 도로, 철조망, 배수로 등은 무너지지 않았다”면서도 “나머지 2개 산사태 흔적도 부대 경계근처 몇 십 미터 이내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합조단에 참여한 김인호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군사시설 책임으로 돌릴 수만은 없으며, 서울시도 이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합조단은 날이 개는 대로 부대 옹벽을 감싸고 있는 비닐을 걷어내 산사태의 원인이 군부대에 있는지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배수로 관으로 물이 한꺼번에 집중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배수면적을 계산하는 등의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공군기지가 우면산 산사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서초구민은 “지난해부터 군 수송헬기가 우면산 정상의 공군기지로 건축자재를 쉴새 없이 실어 날랐다”며 “주민들 사이에 최근 기지 증축이 우면산 산사태의 직접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붕괴 원인 일부가 군쪽으로 이동했지만 서초구청에 대한 주민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의 복구현장에 있던 40대 주부 A씨는 “우면산이 돌 없이 조성돼 피해가 컸다”며 “군 부대 공사와 산사태 사고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50대 최모씨는 “산사태가 나기 전까지 나무를 뽑았는데, 정상에 있는 군부대보다는 산 중턱에서 행해진 서초구청의 생태공원 등 각종 개발사업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우면산 산사태의 시작점이 산 정상 군부대라고 주장한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국제산사태학회를 후원하는 유네스코 등 해외 제 3자에 원인 규명을 맡기는 게 타당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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