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원이든 더 높은 사람이든 몇 번이고 오라고 하십시오. 독도는 독도리안들이 지키고 있을 테니!"
이번엔 대학생들이다. 독도지킴이로 널리 알려진 가수 김장훈도 아니고 총리, 장관이나 유명 정치인도 아니다. 평범한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독도를 지키겠다고 의기투합했다. 이름하여 독도리안(Dokdorean)들. 독도리안은 Dokdo와 Korean을 조합해 만든 단어다. 대학생 80명으로 구성된 독도리안들은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독도를 직접 방문해 독도가 우리 땅임을 새삼 확인시킬 계획이다.
독도까지 도달하는 여정도 특별하다. 일반인으론 처음으로 해군의 광개토대왕함과 해경경비정을 번갈아 타고 독도 땅을 밟게 됐다. 일반 여객선을 이용해도 되지만 '독도 수호대'의 의미를 강조하고 싶어서 군함을 고집했고 그 뜻이 실현된 것이다.
이른바 독도리안 프로그램은 대학생 김지영(24ㆍ이화여대 물리학과)씨의 작은 바람에서 출발했다. 김씨는 2년 전 국토대장정 당시 방문했던 독도에서 경비대원 몇 명이 외로이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대로 가다가 독도를 일본에 뺏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번뜩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이 인턴으로 일하던 국회사무처 소속의 한국위기관리연구소에 아이디어를 제안, 지난 4월 경영 홍보 디자인 등 전공분야가 다양한 대학생 28명으로 운영진이 꾸려졌다.
7월 둘째 주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모집한 방문단에 경향 각지의 대학생 400명이 지원, 독도 사랑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국방부와 해군본부의 협조를 얻어 광개토대왕함까지 섭외할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어려움도 있었다. 군함의 크기가 너무 커 독도에 접안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 울릉도부터 독도까지 갈만한 배가 필요했던 김씨는 해양경찰청에 무작정 전화를 해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엔 난색을 표하던 해경도 3주간 이어지던 김씨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경비정을 빌려주기로 했다. 승선 인원이 제한돼 있어 결국 80명이 선발됐다.
서울과학기술대 기계공학과 3학년 이룡(24)씨는 "얼마 전 독도 상공 시험비행에 반발해 일본에서 대한항공 탑승 불허 조치를 내렸다는 기사를 보고 화가 나 참여하게 됐다"며 "독도는 현재진행형의 이슈로 우리가 망각하고 외면하는 순간 지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들답게 독도를 사랑하는 방식도 톡톡 튄다. 독도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자신들부터 먼저 공부에 나섰다. 울릉도에 가는 군함 안에서 독도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고 잘못 알고 있는 독도 상식을 바로 잡기 위해 독도 OX 퀴즈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독도 수호 염원을 적은 타임캡슐도 독도에 묻기로 했다.
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송길호(26)씨는 "독도 문제는 등록금, 취업 문제만큼이나 대학생들의 현안인 만큼 누구에게 떠맡길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백경민 인턴기자(중앙대 문예창작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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