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제주 서남쪽 해상에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기장 A씨는 8개 보험사에서 최대 35억7,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11개 상해 및 생명보험 상품에 가입했으며, 이 중 28억원은 사고 한달 전부터 집중 가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는 6월 27일 7억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했고, 6월 30일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B씨가 소속된 독립법인대리점(GA)을 찾아가 사망 때 6억원을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같은 날 B씨의 소개로 다른 대리점에서 4억원짜리 손해보험에 가입하는 등 6월 27일부터 7월 18일까지 22일간 최대 28억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 "여러 보험사에 중복으로 가입한 경위를 파악 중이지만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면서 보험업계에 공문을 보내 지나친 의혹 제기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금감원 김수봉 부원장보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고 원인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계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보험사의 의무에 어긋난다"며 "A씨가 여러 보험사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게 특이하긴 하지만, 소득이 많은 직종일수록 보장성 보험 가입건수도 많고 금액도 크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사기 의혹 제기는 다분히 보험금을 줄이려는 의도이며, 법적ㆍ도덕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조종사들도 격앙된 반응이다. 민항기 조종사 5,000여명이 소속된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이날 "두 조종사의 생환을 간절히 기다리는 가족과 동료의 애끊는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채 사고 본질과 관련 없는 당국의 추측과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난무하고 있어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참혹했을 사고 순간을 다른 목적에 이용할 수 있는 조종사는 세계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무사 귀환을 위해 최후의 힘까지 쏟았을 두 사람을 더는 매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일각에선 "A씨의 전체 보험금 규모를 개별 보험사에서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의혹을 제기하지 말라고 개별 보험사로 공문을 보낸 것은 정보공개 누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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