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댄싱이라면 남녀가 야한 옷 입고 춤 추는 '풍기문란' 따위로 여기는 시절이 있었잖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피겨 강국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국내 아이스댄싱 국가대표팀에 처음으로 안무를 가르친 원로 안무가 박상규(65)씨. 이번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념해 열리는 아이스 쇼의 연출자로 나선다.
박씨는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6, 7일 열리는 'KT·우리금융그룹 월드 드림 스케이터즈 온 아이스 2011' 행사의 안무 연출을 맡았다. 이 행사는 국내외 피겨스케이팅 유망주들이 대거 참여해 실력을 겨루고 화려한 아이스 쇼도 펼치게 된다.
박씨는 1987년 한국 아이스댄싱 팀으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승종-박경숙 조의 안무를 만든 장본인이다.'얼음 위 볼룸 댄스'로 불리는 아이스댄싱은 52년 피겨스케이팅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을 만큼 보편화 한 스포츠. 하지만 남녀 선수가 함께 장시간 호흡을 맞춰야 하는 특성상 선수 층이 얇은 국내는 최근까지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원래 '캣츠'와 '아가씨와 건달들' 등의 안무 연출을 맡은 한국 뮤지컬 1세대 안무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80년대 초반 윤복희씨와 뮤지컬'캣츠' 국내 초연을 함께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아이스댄싱과 인연을 맺은 것은 롯데월드 어드벤처 안무 총감독을 맡았던 86년 당시 롯데월드 실내링크에서 연습을 하던 한승종-박경숙 조를 만나면서다. "지금은 빙상안무가가 따로 있겠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게 도움을 요청해온 거죠." 이후 뮤지컬 안무와 아이스댄싱 안무 연출을 병행하며 바쁜 생활을 해왔다. 2003년부터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최근까지 '브로드웨이 인 드림', '넌센스' 등의 작품에서 안무 연출을 하기도 했다.
요즘 그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돌 그룹 음악 듣기다. 이번 아이스 쇼에 참여하는 주니어 선수들을 위해 이들한테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다.
박씨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감동과 기쁨을 표현하는 축제의 마당이 되게 하는 게 이번 연출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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