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부터 서울 중ㆍ고교의 수행평가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모든 교과에서 수행평가 배점 비율을 30%이상이 되도록 한 의무 조항이 시행 한 학기 만에 폐지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전 준비가 미흡한 정책을 무리하게 도입해 혼란만 가져왔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일 다음 학기부터 중간ㆍ기말 지필고사 중 서술형ㆍ논술형 평가를 수행평가와 합쳐서 30%이상이 되도록 규정을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당 2시간 이하 수업 과목은 수행평가와 서술ㆍ논술형 평가를 합쳐서 20%이상만 달성하면 된다. 또 고교 3학년 2학기에는 수행평가 실시 여부와 비율을 각 학교가 교사들로 구성된 교과협의회 협의 등을 거쳐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수행평가 30% 의무화'는 올해 초 지필고사 위주의 점수 경쟁을 억제해 사교육을 줄이고, 과정 중심의 질적 평가를 내실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때까지 중ㆍ고교 수행평가 비중은 10%였다. 수행평가란 중간ㆍ기말고사 외에 수업 시간 중의 토론과 발표, 프로젝트 학습, 논술 등을 내신 성적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 실시 직후부터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교사 등의 불만(한국일보 4월 2일자 9면)이 터져 나왔다. 특히 대입을 앞둔 고3학생들의 불만이 컸다. 평가 잣대가 불분명해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데다 학생 입장에선 중간ㆍ기말 고사에 시험 하나가 추가돼 부담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또 평가 비율을 의무화해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이 5월 서울 시내 일부 중고교를 대상으로 현행 수행평가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찬성하는 의견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이 같은 반대 여론을 수용 7월 초 서울 모든 중고교를 상대로 수행평가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과반수 찬성함으로 2학기부터 개선안을 추진하게 됐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7일 600여명의 서울 고교 학생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2학기 시작 전에 여러분에게 수행평가가 더는 고행평가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자신이 추진한 '수행평가 30% 의무화'가 설익은 정책이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동훈찬 전교조 대변인은 "수행평가로 평가하는 방향이 틀렸다고 보진 않지만 성급한 시행으로 사교육을 오히려 부추긴 꼴이 됐다"며 "앞으로라도 학생, 교사, 학부모와 공감대를 형성한 뒤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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