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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패러디 '정재범' 으로 제 2전성기 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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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패러디 '정재범' 으로 제 2전성기 정성호

입력
2011.08.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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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씨가 절 살렸어요. 제 가족과 코미디 프로도. 오늘 아침에는 임재범 형님한테 격려 전화도 받았어요. 잘 보고 있다며 레퍼토리 떨어지지 않았냐고. 직접 개그까지 짜주시던데요. 너무 감사하죠."

개그맨 정성호가 요즘 '제대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의 간판 코너 '나도 가수다'에서 패러디 가수 '정재범'으로 활약, 임재범보다 더 임재범스럽다는 얘기를 들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31일 소공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임재범 형님 덕분"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연아' 이후 "4년 간 포털사이트에서 이름이 실종"될 정도로 잊혀졌는데 정재범으로 재발견됐기 때문이다.

"임재범 형님이 자기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고 화낼까봐 얼마나 긴장했던지… 안 보이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전화를 두 손으로 받았다니까요. 형님 포스가 있잖아요."

그런데 '소스가 다 떨어졌죠?'하며 몇 가지 아이디어도 줬단다. "산에 올라서 스님하고 록에 대해서 얘기하고 헤드뱅잉을 같이 하면 재밌지 않겠냐고 하시던데요. 하하. 한번 해볼까 봐요."

정성호는 "최근 아내가 둘째를 가졌는데, 따져보니 '나도 가수다' 방송 시점과 일치했다"며 정재범으로 살면서 좋은 일만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임재범 덕분에 임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걸 전해 들은 임재범이 "내가 정성호씨 아내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내 덕에 임신했다고 해요. 그거 위험한 발언이에요"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둘째 축하한다고 챙겨주셔서 찡했어요. 아내를 하느님처럼 모시라는 충고도 잊지 않으시더라고요." 태어날 아이는 성별과 관계없이 이름을 정재범으로 지을 생각이다.

사실 정재범은 우연히 나온 아이디어였다. '웃고 또 웃고'의 민철기 PD가 정성호에게 임재범이 축하 무대를 꾸민다는 설정으로 해보지 않겠냐며 단발 출연을 제의했다. 그런데 주변 반응이 너무 좋아 이소다(김세아), 방정현(정명옥), 천엽(추대엽) 등 패러디 가수들을 추가해 코너가 꾸려졌다. 끊어 가도 되는 녹화이지만 그들은 청중평가단이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나가수' 경연 못지않게 경쟁하며 노래한다고 했다. "노래 못하는 가수라고 생각하고 무대에 서요. 중간에 '죽겠으니 끊어달라'고 사정하거든요. 그거 진짜에요."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시작하는 심야 코미디를 누가 볼까 싶지만 이들의 완벽 재연은 화제를 일으켜 1%대로 추락했던 '웃고 또 웃고'의 시청률을 3%대로 끌어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몇 번 앞서기도 했다. 포털 동영상 코너에서는 '나가수' 못지않게 화제다.

정성호는 임재범과 인생 역정도 비슷하다. '주연아'로 2006년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 시트콤 부문 남자 최우수상까지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MBC 코미디가 내리막길을 걸으며 그 역시 설 자리를 잃었다. 외부 행사 건 수도 '주연아'가 방송되던 2007년 263건이었던 게 2건(2008) 0건(2009) 1건(2010)으로 떨어졌다. 작년에 결혼해 첫 아이를 얻은 그는 "한 달에 30만원을 손에 쥘 때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요즘엔 외부 행사나 방송에서 부르는 데가 너무 많아 "몸무게가 5kg나 빠졌을 정도로 뛰어다니고" 있다. 덕분에 살림도 피고 최근 차도 바꿨다.

"개그맨이면 다 한다는 성대모사 좀 한다는 것 외에는 특별난 재능이 없었다"는 그는 그간 한석규, 이선균, 박명수, 서경석, 차범근을 흉내냈지만 그저 '잘한다'에 그쳤다. 배칠수를 보며 '아 저런 스테디셀러 하나 해야 하는데' 싶었단다. 그게 임재범에서 '터졌다'. 눈빛과 표정, 외모까지 완벽히 재연해 '도플갱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형님은 일단 눈빛이 강해요. 눈을 부라린다는 느낌으로 상대방을 응시해요. 그리고 상체는 잘 안 움직이지만 노래하다가 턱을 휙휙 돌리죠. 터프하게 주머니에 한 손을 꽂고 노래를 하고, '들이대'란 말을 많이 쓰기도 하고." '나가수'는 물론이고 옛날 자료까지 다 뒤졌단다.

장모님은 무대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제가 안쓰럽다고 하시지만 웃겨야죠. 웃길 겁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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