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가짜) 천국'으로 불리는 중국의 정교한 모조 기술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짝퉁 핸드백, 아이폰은 기본이고 최근엔 직원 복장과 제품 진열 등을 그대로 따라 한 가짜 애플대리점도 등장했다.
하지만 중국의 짝퉁산업은 이제 단순한 제품 베끼기 차원을 벗어나 창조성과 상상력이 필요한 문화 분야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에 위치한 복합 테마파크 '조이랜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월 31일 "조이랜드는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에 기초해 건설됐다"고 보도했다. 중세풍의 구조물과 음산한 공원 분위기, 늑대가면을 쓰고 방문객을 안내하는 직원의 모습은 영락없이 WOW 게임을 연상케 한다. 게임에 나오는 칼 모형을 돈(250달러)을 주고 구매하는 광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놀이공원의 80%가 게임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WOW를 본떠 거대한 놀이공원을 만든 것이 분명하지만 조이랜드는 게임 개발업체 블리자드와 어떠한 라이센스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블리자드 측은 "조이랜드의 지적재산권(지재권) 침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중국의 특수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든 외국 기업이 지재권 분쟁에서 승소하는 게 쉽지 않지만 중국에선 특히 그렇다. 가령 미국의 유명 커피체인 스타벅스는 지난해 자사 로고와 중국식 이름을 도용한 상하이 커피업체 싱바커(Xingbake)와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이겼지만, 싱바커는 여전히 이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지재권 전문가 호레이스 램은 "중국에서 지재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라고 말했다.
문화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잘 알고 있는 중국 정부도 은근히 지재권 침해를 방조하는 분위기다. 중국 국가인증인가감독관리국(CNCA) 리우 빈지에 국장은 "산자이(山寨ㆍ짝퉁 풍속도를 의미하는 중국어)는 문화적 창조물에 대한 시장 수요와 대중의 기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FT는 "조이랜드는 중국의 복제 전략이 가상세계처럼 수익 극대화가 가능한 무형의 대상으로 옮겨가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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