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졸업생 1,500명이 2012년 법률시장에 진입할 예정이지만, 이들의 실무연수를 담당할 곳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변호사시험 실시를 6개월 앞둔 현재까지도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무부가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자칫 '무자격 변호사'가 대량 양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개정된 변호사법에 따르면 로스쿨 졸업생은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더라도 법원, 검찰, 법무법인 등 법률사무 종사기관에서 6개월 이상 실무 연수를 마쳐야만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현재 로스쿨 1기 졸업 예정자는 총 2,000여명이며, 이들 중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1,500명(75%)은 변호사로 활동할 자격을 얻게 된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법률시장이 이들 모두를 흡수할 규모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 1순위인 대형 법률회사(로펌)들은 모두 합쳐 100여명 정도만 신규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법원도 로스쿨 졸업생을 재판연구원으로 근무시키는 '로클럭'제도로 200명 정도만 채용할 예정이다. 검찰도 로클럭과 비슷한 취지의 '검찰연구원'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그 규모는 2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대다수의 합격자들은 '발품'을 들여 중소형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 사무실, 지방 로펌 등을 직접 찾아, 취업과 함께 실무 연수를 부탁해야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졸업생 중 몇 명이나 이런 방식으로 연수 기관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구나 이들 기관이 연수 프로그램을 얼마나 충실하게 운영할지도 의문이다. 결국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3년 동안 로스쿨에서 공부해 시험까지 통과했지만, 상당수가 연수를 받지 못해'무자격' 변호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같은 문제점은 입법과정에서도 지적됐다. 이에 따라 변호사법 개정안은 변협에 미취업 합격자들의 실무 연수를 위탁하고, 법무부가 관련 예산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관련, 변협 관계자는 "미취업 합격자를 대상으로 2개월 가량 직접 교육을 실시하고, 남은 4개월을 로펌과 기업 법무팀 등에 위탁 교육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하지만 법무부가 예산을 지원해주지 않고, 교육을 진행할 시설도 마땅치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 사법연수원 시설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물었지만, 내년까진 자체 교육 프로그램 등이 잡혀있어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작은 액수지만 이미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을 신청했다"며 "법무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변협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법무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의 협조를 받아내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미취업자가 얼마나 나올지 예상하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관계부처에 협조를 요청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가 로스쿨 졸업생의 연수비용을 지원하는 데 대해 논란이 적지 않다. 이들이 실무연수 이후 대부분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변호사로 활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원조격인 영국과 미국에서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실무연수를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초기 비용을 지원하는 것일뿐, 변호사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영미의 법률시장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항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회계사시험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정부에서 실무연수 비용을 지원했다"며 "첫 시행 이후 변호사 실무연수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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