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장마와 중부지방 호우로 야채 값이 폭등, 지난해와 같은 야채 파동이 재현될 조짐이다. 물난리를 겪은 재배 농가의 시름이 깊은 가운데 서민 경제까지 주름지게 하는 야채 파동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대책이 시급하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추 배추 시금치 오이 애호박 등의 소매가격은 장마 전보다 100%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장마 전에 수확이 끝난 양파나 감자 등까지 덩달아 값이 뛰고 있다. 6월에 포기 당 1,200원 선이던 배추는 3,000원 가까이 주어야 살 수 있고, 상추 값은 400g 기준 2,200원에서 6,800원으로 치솟았다. 이미 지난해 파동 때처럼 생야채 추가 제공을 꺼리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야채 값이 뛰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예년보다 1주일 이상 일찍 시작된 장마와 폭염으로 상추 배추 등 잎이 연한 엽채류는 밭에서 그대로 녹아 내렸다. 비와 더위에 비교적 강한 다른 야채도 생육이 늦은데다, 중부와 남부 일부 지역에서 어제까지 이어진 호우에 비닐하우스가 망가지고 밭이 쓸려나가는 바람에 생산량이 급감했다. 여기에 비 피해로 도로 사정까지 좋지 않아 공급 차질을 빚었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야채는 절반, 평균적으로 30% 가까이 공급이 줄었다는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야채 값이 장바구니 물가를 무섭게 끌어올리고 있어 이대로라면 그 동안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물가 4.5% 상승 저지선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이 주부 모니터단 출범식에서 물가상승 우려에 대해 "야채 값이 떨어지면 조금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듯, 야채 값은 체감 물가지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가상승 심리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쉽다.
자연 재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수급체계의 조직적 관리로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저장 야채의 가격인상 억제는 말할 것도 없다. 피해 농가와 서민가계를 함께 돌보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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