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중부권을 강타한 집중호우가 29일 잠깐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다. 하지만 연일 계속된 비로 노점상, 시장상인, 영세 음식점 주인 등 서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버렸다. 경기 침체로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서민들에게는 이번 폭우가 더 야속할 수밖에 없다.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노점상 김인숙(45)씨는 29일 "10년 동안 과일장사를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7월 내내 이어진 잦은 장맛비로 장사를 공친 상태에서 이번 폭우로 사실상 장사를 접어야 했다. 김씨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하루에 3만원어치도 팔지 못한 날이 허다했다"며 "나뿐 아니라 시장 상인들 대부분 매출이 줄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탄식했다. 최재성 영등포시장 경영본부장은 "올해는 장마가 길었는데 폭우까지 내리면서 작년 이 기간보다 시장 상인들의 매출액이 30%이상 떨어졌다"고 밝혔다.
일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 코스 중 하나인 서울 남대문시장도 손님이 40%나 줄었다. 비 오는 날이면 관광객들이 시장보다 쇼핑 환경이 좋은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노점상들도 속절없이 내리는 비가 야속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노점상들은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이번 비는 이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건대역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파는 노점상 윤모(60)씨는 "비가 많이 오니까 사람들이 줄더니 폭우가 쏟아진 그제(27일)는 2만원어치도 못 팔았다"며 "비 오는 날은 장사를 하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일반 식당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직장인들이 조기 퇴근으로 저녁 회식이 사라진 데다, 점심도 구내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윤서진(55)씨는 "보통 목요일 저녁 회식은 대목날인데 수해 이후 조기퇴근으로 파리만 날렸다"며 "점심도 매출이 30%이상 줄어 종업원을 4명에서 반으로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름 한철 장사로 한 해를 버텨왔던 동해안 해수욕장 주변 영세상인들도 피서 절정기를 맞았지만 손님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40만명)나 감소해 울상이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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