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성녀(聖女)''전설적인 퍼스트레이디'라 불리는 마리아 에바 두아르테 데 페론(에바 페론). 사망 59주기를 맞은 올해 아르헨티나에서 그를 기리는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26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사회개발부 건물 외벽에는 에바 페론의 대형 동판 초상이 등장했다. 조각가 다니엘 산토로가 에바 페론의 자서전 <내 삶의 이유> 표지에 실린 사진을 이용해 만든 이 작품은 높이 31m, 폭 24m, 무게 15톤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8월22일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오벨리스크 인근에 또 다른 기념 초상화가 공개될 예정이다. 또 그의 삶을 다룬 장편 애니메이션 '아르헨티나의 에바'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내>
빈민가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퍼스트레이디 자리에 오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에바 페론은 남편인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과 왕성한 정치ㆍ사회 활동을 펼치다 암에 걸려 1952년 7월26일 33세를 일기로 짧은 생을 마쳤다. 에바 페론의 극적인 삶은 뮤지컬과 영화로도 제작됐고 아르헨티나 국민의 가슴 속에는 빼어난 미모와 함께 억압받는 노동자와 빈민, 여성을 대변한 영웅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유독 올들어 그의 추모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추모행사에서 "아르헨티나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고 역사상 누구보다도 더 큰 열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대표했던 에비타(에바 페론의 애칭)에게 경의를 바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오는 10월 예정된 대선에 그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소 에바 페론을 '가장 닮고 싶은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한 페르난데스가 국민들이 자신에게서 에바 페론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겠다는 계획이란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에바 페론이 사망한 지 6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에비타'는 아르헨티나 정치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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