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자택에서 숨진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 27세를 일기로 자신의 앨범 제목 ‘백 투 블랙(Back to Blackㆍ2006)’처럼 영원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 그의 삶과 음악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와인하우스가 숨진 뒤 이 음반은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진입하며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널리 인정받은 음악적 재능에 비해 사생활은 엉망이어서 파파라치의 먹잇감이 되곤 했다. ‘R&B와 재즈, 소울을 넘나드는 천재적인 아티스트’,‘퇴폐와 비주류의 아이콘’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천부적 재능을 지닌 나쁜 여성”이라고 일컬었다.
와인하우스의 음악
런던에 있는 예술전문학교 브릿 스쿨(Brit School)을 졸업한 와인하우스는 2003년 앨범 ‘프랭크(Frank)’로 데뷔했다. 정규앨범은 단 두 장밖에 내지 않았지만 이것으로 와인하우스는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았다. 연륜이 풍부한 40~50대 재즈가수 같은 목소리를 가진 보컬리스트, 장르를 넘나드는 작곡 실력은 20대라는 나이를 믿기 힘들게 했다.
‘백 투 블랙’은 2007년 영국에서 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최다 판매 음반으로 기록됐고 와인하우스는 브릿 어워즈 여성 솔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하며 실력파 뮤지션으로 인정받았다. 2008년 제 50회 그래미시상식은 약물중독 논란에 휩싸여 미국 비자가 거절돼 참석조차 못했지만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리햅’), 최우수 신인가수, 최우수 팝 보컬 앨범, 최우수 여성 팝 보컬까지 5개 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외모 콤플렉스와 얼룩진 사생활
음악적 성취와 달리 와인하우스의 삶은 알코올과 약물로 휘청거리며 끊임 없는 구설에 올랐다. 20대 초반 첫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전 남편 블레이크 필더 시빌을 만나면서는 코카인과 헤로인에 손을 댔다. 2008년 6월과 지난해 4월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그는 끝내 알코올과 약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각종 사건 사고로 물의를 빚은 문제아이기도 했다. 2008년 술집에서 남성을 폭행하고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각각 경찰에 입건됐었다. 또 지난달 18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시작한 유럽 순회공연에서는 만취 상태로 무대에 올라 가사를 잊어버리고,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등 실수를 저질러 팬들의 거센 항의와 비난을 받았다. 공연기획사는 결국 순회공연을 취소했다.
와인하우스는 청소년기 심각한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괴이할 정도로 짙은 눈 화장과 과장된 헤어스타일, 전신을 덮은 문신 등은 예쁘지 않은 외모에 개성을 주기 위한 연출로 알려졌다. 생전에 각종 인터뷰에서 스스로 “못 생겼다(I’m ugly)”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2010년에는 ‘에이미 와인하우스 포 프레드 페리’라는 패션 브랜드를 출시해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숨은 천재성은 한이 없었다.
예견된(?) 죽음
어쩌면 와인하우스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를 재활원에 보내려고 하지만 난 싫어. 난 단지 친구가 필요할 뿐이야”라고 읊조리듯 노래한 ‘리햅(Rehabㆍ재활)’의 가사는 자신의 삶을 그대로 담은 듯했다.
그의 사인은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됐었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 애인인 영화감독 레그 트레비스는 타블로이드신문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삶에 대한 의지가 넘쳤고 매일 요가와 운동을 했다. (와인하우스가 숨진) 끔찍한 일은 단지 사고였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약물과다복용설을 부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26일 전통 유대교식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프로듀서 마크 론손, 가수 켈리 오스본 등 유명인사 100여 명이 참석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장례식 끝 무렵 캐롤 킹의 ‘소 파 어웨이(So Far Away)’가 연주됐다. 와인하우스 가족 대변인은 “아버지 미치 와인하우스와 처음으로 같이 부른 노래가 캐롤 킹의 ‘유브 갓 어 프렌드(You’ve Got a Friend)’였다”고 말했다.
천재 음악가의 요절(夭折) 원인은 공식적인 검사 결과가 나오는 2~4주 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 외신은 현지 경찰이 부검을 실시했지만 사망 원인을 증명하지 못해 독극물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 천재는 27세에 죽는다? ‘27세의 저주’
‘27세의 저주.’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죽음을 계기로 같은 나이에 요절한 유명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1970), 미 록밴드 도어스의 짐 모리슨(1971), 록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1994) 등도 공교롭게도 27세에 생을 마감했다. 외신들은 “와인하우스가 ‘27세 클럽’에 새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영원한 27세의 저주(Forever 27 Curse)’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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