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에 넘기는 등 상업적으로 이용해 물의를 일으켰던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에게 법원이 형사 책임에 이어 민사상 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지상목)는 29일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은 강모씨 등 2,573명이 "동의도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 제공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인당 10만~2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원고 중 225명에 대해선 개인정보가 외부에 제공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될 경우 SK브로드밴드가 물어야 할 배상금 총액은 4억6,000여만원이다.
SK브로드밴드는 고객들에게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변론 취지를 종합해 볼 때 피고가 고객의 동의를 얻지 않거나, 동의를 받은 범위를 넘어서 다른 업체에게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름, 주소 등 고객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원고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거나, 무단으로 이용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헌법상 보장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개인정보 수집 이용에 대해 동의를 하지 않은 고객에겐 20만원, 동의를 했으나 해당 범위 외 업체에게 개인정보가 제공된 고객에겐 1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SK브로드밴드는 2006년부터 이듬해까지 자사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50여만명의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에 제공한 것이 드러나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후 피해 고객 2만여명이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선고된 2,50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고객에 대해서도 조만간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한편 SK브로드밴드 임원은 고객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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