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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감자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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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감자와 감사

입력
2011.07.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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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리 텃밭에 심은 감자를 캤다. 하지 감자인데 수확 시기를 놓쳤다. 출발부터 늦었다. 씨감자를 늦게 심었고 알이 굵어지고 나서는 오랜 장마 탓에 감자를 캐지 못했다. 감자 밭은 지난해까지 묵정밭이었다. 어느 해인가 묵정밭의 거친 잡초를 정리하고 산딸기나무를 심었다.

단 한번 수확의 즐거움이 있었을 뿐 제 자리를 찾기 위한 잡초의 공격은 무서울 정도였다. 산딸기나무를 지키려 했지만 서로 얽히고설키어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이번에도 잡초의 공격이 있었다. 김매기를 계속했는데도 장마에 잠시 호미를 놓는 사이 잡초는 빠른 속도로 감자 밭을 덮어버렸다.

결국 감자 밭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감자 꽃이 필 때 꽃을 따주었고 수확을 준비해 잎도 쳐주었기에 땅을 믿고 하늘을 믿고 수확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감동이었다. 뿌리마다 크고 작은 감자들이 한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주먹만한 것부터 방울토마토만 한 것까지 서로 어깨를 기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단 제법 많은 감자를 캤다. 행복했다. 이웃과 함께 농사지은 감자라는 것에 알알이 감사했다. 나는 교인이 아니지만 함께 농사를 짓는 가족이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분들이어서 수확에 대한 감사기도를 부탁 드렸다. 네 가족이 감자를 모아놓고 기도를 드렸다. 땅의 감자가 하늘의 감사와 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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