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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충좌돌-중도의 재발견' 양날개의 '몸통'을 찾아

입력
2011.07.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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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충좌돌-중도의 재발견/김진석 지음/개마고원 발행·352쪽·1만5,000원

'우충좌돌'은 '좌충우돌'의 정치적 패러디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는 이를 "여전히 한국사회의 주도세력인 우파적 힘의 논리에 먼저 부딪치고(우충), 진부하고 공허한 좌파의 논리에도 부딪치는(좌돌) 문제 접근법"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중도를 단순히 보수와 진보 사이에 끼인 어중간한 존재가 아니라, 보수와 진보의 단순한 이분법과 싸우면서 혹은 거기에서 벗어나면서 드러나는 예민한 존재라 논한다. 그렇다고 중도를 미화만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종종 구차스럽거나 뻔뻔한 행위를 하는 '더러운 주체'다. 이 중도적인 여러 존재들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정치적 실존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반값등록금, 대학 개혁, 복지국가, 비정규직, 부동산 거품, 시장경쟁, 신자유주의 등 현재 보수와 진보가 격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슈들에 적극 개입해 양 진영의 이데올로기적 도그마의 함정을 지적하고, 중도적 현실을 직시하라 주장한다.

등록금 문제에 있어 저자는 전반적인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 등록금에는 회의적이다. 다만 국립대에 대해서는 그것을 강하게 밀어붙이되, 거꾸로 사립대들은 과감하게 시장 안에서 경쟁에 맡기는 방안이 좋다는 입장이다. 등록금 갈등은 사실 고졸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높은 대학진학률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미친 등록금'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 이미 '미친 대학진학률'이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교육정책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의 문제에선 오로지 보편적 복지만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진보 세력의 게으름을 특히 더 꼬집었다. 실현 가능성 없이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것은 지적인 게으름이며 현실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남북문제에도 우충좌돌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군축ㆍ평화공존ㆍ평화통일을 추구하더라도 단기적이고 전술적인 차원에서는 안보에 대한 자신감과 군사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또 외교적으로 능력과 수완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처럼 비굴할 정도로 미국의 말만 들으며 중국과 북한에 대한 자주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버리는 것은 한심하고 비참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군축ㆍ평화공존ㆍ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것만이 진보의 태도라며 그것만 중얼거리는 일도 현명한 일은 아니라는 것.

저자에게 중도는 새의 몸통이다. '새는 그저 양 날개로 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양 날개만 말하는 관점은 공허하다. 새는 몸통과 양 날개로 난다. 양 날개, 그것들은 몸통에서 나왔을 뿐 아니라 몸통을 들어올리기 위해 펄럭인다. 몸통 없는 두 날개가 무슨 소용인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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