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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축출돼도 호사 누렸는데…" 아랍 독재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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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축출돼도 호사 누렸는데…" 아랍 독재자 수난시대

입력
2011.07.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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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운이 없는 편에 속할지 모른다. 30년 동안 누리던 철권통치의 호사가 끝난 게 불과 6개월 전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 병원에 연금돼 있다.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도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도 모두 투병 중이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민주화 시위를 통해 권좌에서 물러났거나 축출 위기에 몰린 독재자들이다. '아랍의 봄'은 독재자의 삶을 바꿔 놓았다. 옛날 같으면 부정 축재 재산만 갖고도 망명지에서 안락한 노후를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 쫓겨난 권력을 기다리는 것은 법의 심판대뿐이다.

무바라크와 벤 알리는 돈, 가족, 건강 등 모든 것을 잃었다. 무바라크는 시위대 유혈 진압과 부정 축재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심장발작을 일으켰고, 최근엔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벤 알리 역시 망명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데 건강 상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무바라크와 벤 알리는 나이가 들어도 머리를 검게 염색하는 등 강한 이미지로 스스로를 신격화했다"며 "이들이 건강상 문제를 부각하는 것은 동정 여론에 기대 사법 처리를 피하려는 꼼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바라크와 함께 수감된 아들 가말과 알라는 부패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 아내 수잔은 은행에 숨겨둔 비자금 34억원을 토하고 혼자만 약삭빠르게 석방됐다. 벤 알리 정권의 부패는 부인 라일라 트라벨시 탓이 크다. 그는 형제 10명을 요직에 앉히고 20년 동안 사치를 누렸다. 트라벨시는 최근 궐석재판에서 3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튀니지를 떠날 때 빼돌린 1.5톤(5,000만달러 상당)의 금괴로 여생을 즐길 참이다. 물론 병든 남편 곁을 떠난 지는 오래다.

이에 반해 과거 축출된 독재자들은 180도 다른 여생을 보냈다. '우간다의 도살자' 이디 아민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우간다 국민 30만명을 살해했다. 그러나 이슬람 형제를 받아준 사우디 왕실의 보호 아래 24년 간 호화스럽게 살다 2003년 숨졌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는 국민 감정이 누그러진 틈을 타 아예 국내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이멜다가 86년 남편의 실각과 함께 서둘러 하와이로 도망갔을 때 대통령궁에서 발견된 3,000켤레의 구두는 부패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5년 뒤 슬그머니 필리핀으로 돌아와 하원 의원에 선출됐다.

2008년 성지순례를 핑계로 영국 런던 망명 길에 오른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도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협력한 대가로 지금도 미국, 유럽을 맘대로 들락거리며 10만달러가 넘는 강연 수입을 올리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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