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시민들에게 폭우와 도로 침수 상황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 한 통만 보냈어도 이렇게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겁니다. 이게 'IT 강국'의 모습인가요?"
직장인 김미연(39)씨는 27일 오전 자택인 서울 양재동에서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던 중 "도로가 잠겨 차를 가져가면 안 된다"는 동네 이웃의 만류에 큰 화를 면했다. 그러나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 천대의 승용차가 침수된 뉴스 화면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김씨는 "하물며 보험사에서도 '호우특보가 발효 중이니 차량 운행에 조심하라'는 문자가 왔는데, 정부가 민간기업보다도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27일 서울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에 대한 정부 당국의 사전 대비는 물론 사후 조치도 부실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폭우에 대한 미숙한 대응은 도로 침수, 산사태 등으로 혼란이 최고조에 이른 후에도 계속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5시부터 교통비상 을(乙)호를 발령, 교통경찰관 3분의 2를 동원, 주요도로를 통제하고 침수지역 복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전 6시 이후에도 올림픽대로 등 서울 시내 주요도로에 차들이 진입했고 뒤따라오던 수백대의 차량들이 퇴로를 막아 다 같이 침수되고 말았다. 27일 올림픽대로에서 찍은 침수 사진과 글을 올린 한 네티즌(dark****)은 "올림픽대로 신길역 부근은 오전 10시 이전부터 승용차가 침수됐는데 교통통제는 10시30분께 된 것 같고, 낮 12시에 경찰관 3명이 온 것이 전부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울시에 대한 성토도 잇따랐다. 오전 6시께부터 빗발이 거세지며 강남 일대의 도로와 주택이 침수됐지만 구청 직원 등 시 관계자들이 주민 대피와 도로 통제를 적절히 하지 못했다는 것. 한 지하철 관계자는 "지하도가 침수됐다고 신고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시 관계자가 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기습 폭우로 광화문이 '물바다'가 됐음에도 올해 똑같은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 빗대 '오세이돈'으로 비꼬는 말까지 퍼지기도 했다.
정부 여당의 안이한 대응 역시 도마에 올랐다. 김황식 국무총리,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은 대혼란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지원을 위해 대구로 갔고, 김 총리 주재 관계장관 회의는 긴급한 상황은 모두 종료된 후인 이날 오후 7시30분이 돼서야 열렸다. 또 제대로 된 예보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기상청과 재해 사전 대비와 대책을 총괄 지휘하는 소방방재청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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