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할퀴고 간 강남 지역은 28일에도 단전, 단수, 교통체증 등으로 주민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틀 동안 퍼붓는 비로 물이 넘쳤던 이 지역은 이날 오히려 물이 없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와 서초구 무지개 아파트 등 강남 일대 약 8,000여 세대에 24시간 이상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주민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만 했다.
은마 아파트 주민 유지숙(44)씨는 "어제 저녁부터 물이 나온다고 하더니 감감무소식"이라며 "아침 밥을 해먹을 수 없어 빵집을 갔더니 빵도 다 떨어졌더라"고 호소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주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27일 아리수 9만8,000병을 지원 한데 이어 이날도 5만병을 공급했지만 주민 불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폭우로 1만여 가구의 전기공급이 끊겼던 강남 서초지역은 한국전력이 밤새 복구작업을 벌였지만 은마아파트 일대와 방배동 임광 아파트 등 수전설비가 침수된 강남지역 7개 아파트 단지는 이날 밤늦게까지 단전이 되고 있는 상황. 은마 아파트 맞은편 은마 상가(점포 400개) 상인 우제창(55)씨는 "침수에다 냉장고까지 돌릴 수 없어 과일 채소가 다 썩을 판"이라며 "추석 대목을 겨냥해 물량을 많이 확보했는데 다 못쓰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은마 상가 1층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유지숙(49)씨는 "27일 오전부터 불이 아예 안 들어와 장사를 못했다. 사람들이 휴가를 앞두고 옷을 가장 많이 사는 성수기인데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주민 김정숙(50)씨는"지금 아이가 고3인데 아들이 다니는 독서실도 단전돼 못 가고 있다. 한창 공부할 시기인데 걱정"이라며 허탈해 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들 지역은 침수가 된 지하에 전기시설이 설치돼 복구작업이 늦어졌다"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 물이 승용차 지붕까지 차오르는 등 호숫가로 변했던 강남역 일대는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와 강남 서초 구청은 덤프트럭 80대, 포크레인 30대, 소방관1,200여명, 군인6,000여명, 경찰 200여명을 동원, 복구작업에 나섰지만 워낙 피해지역이 넓어 강남역과 남부순환도로 일부 구간은 교통불편이 계속됐다. 강남역 일대에는 시동이 꺼진 채 사람이 타지 않는 쏘나타와 무쏘 차량 등 침수차량들이 도로에 그대로 방치돼 교통체증을 더했다. 더욱이 강남역 인근 진흥아파트 사거리는 신호등까지 모두 먹통이어서 이 지역을 지나는 차량들이 뒤엉키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부분의 도로는 정상복구 됐고 국립국악원에서 사당역 구간은 워낙 피해가 커 복구작업이 다소 늦어졌다"며 "아파트 단지 내 토사 등도 3일 정도면 모두 치울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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