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세단 시장은 문턱 높기로 유명한 곳. 최근 중ㆍ소형차 비중이 늘고 있지만 전통적인 미국의 주류사회, 즉 백인상류층은 역시 대형세단 선호한다.
지난 수년간 미국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온 현대차이지만 주력은 중ㆍ소형차였지, 대형세단은 여전히 넘기 힘든 벽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현대차의 고급세단 에쿠스가 마침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에선 에쿠스의 순항을 두고 미국시장에서 현대차가 '제2의 신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에쿠스는 올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1,392대를 팔았다. 대수 자체가 획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상 처음으로 대형 고급차 시장점유율 5% 고지(5.2%)를 돌파한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당초 목표했던 연 2,000대를 훌쩍 뛰어넘어 3,000대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에쿠스와 경쟁하는 차들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LS 등. 그야말로 명문 세단들이다. 이 시장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내 판매가격도 에쿠스는 대당 5만8,000∼6만4,500달러로 렉서스LS(6만7,130∼7만4,980달러)나 아우디 A8(7만8,050∼8만4,000달러)에 비해 약간 저렴한 정도다.
업계에선 보통 시장점유을 5%를 '마의 벽'으로 부른다. 신규 브랜드가 웬만해선 점유율 5%를 넘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의 프리미엄 세단인 페이톤조차 2004년 미국 출시 첫해에만 1,939대가 팔렸을 뿐, 이듬해 820대, 2006년 235대가 팔리는데 그쳐 결국 철수하고 말았다.
현재 에쿠스는 전문기관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에쿠스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제이디파워(J.D.Power) 조사에서 대형 고급차 부문 '최고 차량'으로 선정됐다. 신차구입 후 3개월 뒤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한 상품성 만족도 평가에서 100전 만점에 904점을 획득해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벤츠 S클래스, 렉서스 LS 등을 따돌리고 전체 234개 차량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중형차급 평가에서도 쏘나타와 K5가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를 누르고 스즈키의 키자시에 이어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형 세단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다는 고급차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면서 "향후 성패는 보수적인 미국 백인상류층 공략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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