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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물폭탄/ 작년 태풍피해 복구 늑장… 난개발… 우면산 재앙은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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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물폭탄/ 작년 태풍피해 복구 늑장… 난개발… 우면산 재앙은 인재였다

입력
2011.07.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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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7일 계속된 집중호우로 16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는 당국의 부실조치와 난개발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로 산사태가 났는데도 1년 동안 관할 구청이 적절한 예방대책을 취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면산은 돌이 많은 관악산과 달리 지반이 대부분 흙으로 이뤄져 폭우에 유실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로 아카시, 현사시나무 3,000여 그루가 뿌리 채 뽑히고 산사태까지 발생, 지반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화 작업 없이 생태공원, 둘레길, 등산로 등 개발이 계속 진행된 게 기록적인 폭우와 겹치면서 대규모 산사태를 초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부인이 사망한 형촌마을 윗쪽 우면산 자락에 서초구청이 저수지 생태공원을 조성 중이었고 이번에 이 저수지 물이 넘치고 둑이 터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김영란 국장은 "산사태가 난 형촌마을 일대에 서초, 내곡지구 보금자리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고 산 꼭대기에는 군 레이더 기지를 건설 중인 것으로 안다"며 "우면산이 각종 개발로 몸살을 앓았다"고 말했다. 한 토목 전문가는 "그 동안 산사태가 나는 곳을 보면 산 중턱에 임도(林道)를 내는 등 개발이 이뤄진 곳이 많다"며 "이번 우면산 산사태도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태풍 곤파스 이후 구청의 어설픈 복구작업도 문제였다. 태풍에 뽑힌 통나무들이 곳곳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상태에서 각종 개발사업으로 상당수 나무들이 파헤쳐지면서 빗물을 흡수할 여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 오히려 방치된 나무들이 폭우 당시 빗물을 가두는 둑 구실을 하고 토사와 함께 주변마을을 덮치면서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산사태로 6명의 사망자가 나온 남태령 전원마을의 한 주민은 "지난해 추석 때 태풍 곤파스로 쓰러진 통나무가 그대로 쌓여 있었지만 구청이 이를 제때 처리하지 않았다"며 "산이 무너지면서 이 나무들이 마을로 한꺼번에 쓸려 내려왔다"고 말했다. 토사가 남부순환로와 방배동 래미안아트힐 아파트 등을 덮쳤던 우면산 윗쪽은 덕우암, 유점사 일대로 태풍 피해로 꺾인 통나무가 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청이 4월부터 복구공사를 시작했지만 공정은 70%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더욱이 이곳은 약수터가 많아 물을 머금고 있는 지형인데도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있지 않았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우면산 배수로는 용량 자체가 작아 폭우에는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들도 여러차례 배수로 정비를 서초구청에 요청했지만 "위험하지 않다"는 답만 들었다고 한다.

우면산 일대 86%가 개인 소유지여서 구청이 유지 관리 외 별도의 배수로 공사 등 배수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소유주의 땅값 하락 우려로 지난해 산사태 후 자연재해 위험지구 지정을 하지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추석 우면산 산사태 당시 서울시는 '어쩔 수 없는 천재(天災)로 규정,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각종 개발로 재해규모가 커졌다고 본다. 당국이 그냥 놔둬서 생긴 인재"라고 비판했다.

반면 서초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산사태 발생 후 저수지 둑 보강작업을 벌였고 일대에 쓰러진 나무도 옮겨놓는 작업을 80%이상 진행했다"며 "계속된 호우로 땅이 물러진 데다가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손을 쓸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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