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폭염, 그리고 이번엔 폭우까지. 연거푸 이어지는 기상이변에 채소 값이 심상치 않다. 이미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평년 가격을 넘어선 데 이어, 이번 폭우로 당분간 공급 차질까지 불가피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채소 대란' 우려마저 나온다.
28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집중 호우의 영향으로 배추 1포기(상품) 소매가격은 3,435원으로 3일 만에 14.4%(432원)나 올랐다. 평년가격(2,598원)을 훨씬 넘어섰고, 포기 당 1만원을 돌파했던 지난해(4,054원)와도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풋고추(14.5%), 양배추(12.6%), 피망(10.9%), 부추(9.7%) 등도 3일 전보다 값이 10% 내외 올랐다.
앞으로 채소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시금치, 열무, 얼갈이, 부추, 상추의 주 생산지인 경기 남양주ㆍ포천ㆍ일산 ▦고추, 오이, 애호박의 주 생산지인 경기 파주, 강원 홍천ㆍ춘천 등의 일부 지역이 침수돼 재배 면적의 20~30%가 피해를 볼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신선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며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란 물가 당국의 예측도 빗나갈 수 있다. 실제로 이날 aT에 따르면 17개 채소 품목 가운데 1년 전보다 값이 오른 것이 12개다. 롯데마트 김준호 채소 구매담당자(MD)는 "장마 이후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했던 채소 가격이 수도권 집중 호우로 다시 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배추는 8월 늦장마와 태풍피해 등 기상조건이 악화할 경우 지난해 가을 겪은 배추파동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식품부 측은 "현재 출하되는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영동지역 강수량은 중부지역보다 적어 큰 피해가 없고, 또 초ㆍ중ㆍ고교도 방학 중이라 개학 후 급식 및 추석을 앞둔 수요가 컸던 지난해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신고배(15㎏ 상품) 1상자가 8만3,331원에 거래돼 전날(5만1,875원)보다 60.6%나 폭등하는 등 과일 역시 폭우로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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