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집중호우가 대규모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진 것은 도로나 건물, 공원 등을 짓기 위해 무분별하게 산을 절개하고, 이렇게 생긴 절개지(切開地)를 허술하게 관리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절개지는 산이나 언덕의 중간 지지 부분을 잘라 조성하는 것이라, 큰 비가 올 경우 계곡 쪽으로 흘러야 할 자연스런 물의 흐름을 바꾼다. 이렇게 되면 지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져 산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각 지자체들은 공원이나 간이 운동시설, 휴게소 등 시민 편의시설을 만들기 위해 경쟁적으로 산이나 언덕을 절개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산사태 등 붕괴 사고가 늘어나자 2008년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경사도가 34도 이상인 비탈을 '급경사지'로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소방방재청은 이 법에 근거해 1만3,027개의 급경사지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A~E급으로 구분해 D급과 E급 급경사 436곳을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해 특별관리하고 있다. 붕괴위험지역으로 선정되면 '붕괴위험' 표지판을 설치하고 자치단체 등은 매년 정비계획을 내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법도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국에 100만개가 넘는 절개지가 있지만 엄격한 규정 탓에 관리대상인'급경사지'로 포함되는 비율이 너무 낮다고 지적한다. 특히 특별관리가 필요한 '붕괴위험지역'은 전체관리 대상 급경사지의 3% 정도에 불과하다.
또 지자체들이 붕괴위험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거나 정비계획을 만들지 않아도 제재수단이 없어 절개지들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번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춘천시 천천리 마적산 기슭이나 서울 우면산 기슭은 '붕괴위험지역'은 고사하고 '급경사지'로 조차 지정돼 있지 않다. 서울시는 절개지 위험도를 A~D급으로 구분해 관리해 왔는데 우면산을 매우 위험한 지역인 C급으로 분류했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해에도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났지만 이를 재난에 대한 신호로 보고 보완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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