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이틀 간 중부지역을 강타한 100여 년 만의 국지성 폭우는 서울과 전국 각지에 괴멸적 피해와 참사를 일으켰다. 수도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광장 일대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거대한 호수로 변했고, '계획도시' 강남 중심부의 도로는 격류가 굽이치는 강물이 됐다. 남태령 전원마을은 우면산의 토사에 무참하게 휩쓸렸으며, 대학생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춘천시 산사태 현장의 펜션은 폭격을 맞은 듯이 잔해만 낭자했다.
폭우 피해는 참혹했다. 어제 오후까지 우면산 산사태로 주민 16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서울 경기 강원 등 3개 지역에서만 60여명이 사망ㆍ실종됐다. 또 주택 침수와 산사태 우려로 전국적으로 5,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2만여 가구가 정전피해를 입었다. 27일 하룻동안에만 서울 301.5㎜, 동두천 449.5㎜, 문산 287㎜ 등 열대성 스콜처럼 내리 퍼부은 폭우가 순식간에 이 모든 피해를 일으켰다.
문제는 이런 식의 기상이 앞으론 더욱 잦아질 개연성이 크다는 데 있다. 기상청은 이번 폭우에 대해 "기상이변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의 한 징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7, 8월 국내 여름 평균 강수량은 1970년대 422.7㎜에서 2000년대 들어 628.21㎜로 급증하고 있으며, 호우경보 이상의 폭우 빈도는 70년대에 비해 60%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시간당 100㎜가 넘는 여름철 폭우가 더 잦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피해는 일상화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는 바람에 더 커진 인재(人災)다. 지난해 가을 광화문광장 일대 범람 후 서울시는 배수시설 확충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달에 이미 올 여름 산사태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경고했으나 우면산은 재해위험지구 4곳이나 중점 관리지 71곳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 과거의 배수시설, 과거의 도시개발, 과거의 녹지개발에 묶인 타성 때문이었다. 국토해양부가 부랴부랴 폭우ㆍ폭염 방재지침을 개정한다고 나섰지만, 수해 방재 인프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전면 보완이 시급히 추진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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