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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수해였지만 서민들 희생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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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수해였지만 서민들 희생 컸다

입력
2011.07.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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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이 있을 리 없었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지 18개월, 송모(2)군은 너무 빨리 엄마 곁을 떠났다. 28일 서울 반포동 강남성모병원의 빈소에는 돌잔치 때 꼬까옷을 입고 웃으며 찍은 송군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송군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자다가 27일 오전 변을 당했다. 아버지(42)는 지방 출장 중이라 셋째를 임신 중인 어머니, 형(4)과 함께 있었다. 창문으로 뚫고 들이닥친 흙탕물에 2층 침대 위층에 자던 어머니와 형은 목숨을 구했지만 송군은 손 쓸 틈도 없이 수마에 휩싸였다. 어머니는 이날 빈소에서 아이 사진을 끌어안은 채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27일 폭우에 따른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사연이 하나 둘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강남구 방배동과 대치동 등 소위 ‘부자 동네’를 덮친 수마였지만 피해자는 주로 반지하방, 비닐하우스촌에 거주하던 서민들이었다.

또 다른 전원마을 사망자인 이순애(72)씨는 고급주택단지 옆 비닐하우스촌에 살고 있었다. 남편 우모(77)씨, 아들(41)과 25년 전부터 이곳에서 살다 산사태와 함께 덮친 급류에 하우스 전체가 휩쓸리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이웃 권모(63)씨는 “남편은 떠내려오던 차의 바퀴를 잡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부인만 아깝게 숨을 거뒀다”며 안타까워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환경미화원이었던 김정자(65)씨는 아파트 지하에 고인 물을 퍼내러 들어갔다가 감전사했다. 7년째 이 아파트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며 식도암에 걸린 남편을 병수발하면서도 김씨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가격은 비싸도 재건축을 앞둬 아파트는 노후했고 비 오는 날이면 김씨는 하루 종일 지하실에서 물을 퍼내기 일쑤였다고 한다. 사고 전날에도 딸 이모(38)씨와 저녁을 먹으며 “밤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내일은 일찍 가서 물을 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출근해 지하실에서 물을 퍼내던 김씨는 물에 들어간 지 3분만에 사망했다.

객지에서 월셋방을 얻어 회사를 다니던 사회 초년생 희생자의 사연도 기구했다. 박준규(23)씨는 회사에서 마련해준 우면산 기슭 보덕사의 단칸방에 혼자 살았다. 이날 아침 박씨가 출근하지 않자 직장동료 신모(33)씨가 보덕사로 찾아갔고 결국 무너진 벽에 깔린 채 숨져 있는 박씨를 발견했다. 대전에서 올라온 박씨의 아버지(53)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착한 녀석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운명을 달리한 이도 있었다. 경기경찰청 기동단 기동11중대 소속 조민수(21) 수경은 27일 오후 9시40분께 경기 동두천시 상패교 인근 신천에서 물에 빠진 주민을 구하다 급류에 휩쓸려 주민과 함께 실종됐다. 조 상경은 이날 숙소가 물에 잠겨 중대원들과 함께 동두천경찰서로 이동하던 중 신천변 철조망에 매달려 도움을 요청하는 주민을 구하러 달려갔다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이정현기자 jhonlee@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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