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이 개인 지분을 계속 낮추는 대신 계열사 보유 지분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규모 기업집단 전체의 경영권 지배를 강화하고 있는 '한국적' 실태가 거듭 확인됐다. 이런 상태라면 사외이사 제도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책이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공개한 '2011년 대기업 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자본금 기준 상위 10대 기업계열 가운데 총수의 지분은 롯데 0.05%, SK 0.08%, 두산 0.18%, 삼성 0.54%에 지나지 않았고, 10대 기업 평균도 1.1%에 그쳤다. 총수의 직접 통제가 가능한 가족 지분을 합쳐도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쳐 경영권 장악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여기에 계열사가 순환출자 형식으로 보유한 지분을 합친 '내부 지분'은 대부분 절반을 넘어섰고, 갈수록 그 비율이 높아져 10대 기업집단은 20년 내 최고인 53.5%에 이르렀다. 총수 일가가 2%도 안 되는 과소 지분으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비결인 셈이다.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현행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는 적잖다. 우선은 자본주의 경제 이념에 맞지 않다. 기업은 자본에 지배돼 마땅한데도, 가족 보유 주식을 합쳐 2%밖에 안 되는 지분으로 경영권을 지배한다. 그 핵심 수단은 계열사에 대한 기업 총수의 비경제적 영향력이다.
또 계열사 지분을 늘리는 주된 방법이 상호출자 제한을 교묘히 피한 순환출자 방식이다. 계열사의 '내부 투자'가 경영 판단보다는 총수의 정치적ㆍ관행적 권위에 복종하는 형태로 이뤄져 온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 결과 계열사의 진정한 주인인 주주들은 배당을 통한 주식가치의 일부 실현이나 사내 유보에 따른 가치증대 기회를 잃는다. 그나마 그 '투자'가 이익을 거두면 몰라도, 시장상황 변화로 손실을 겪을 경우 큼직한 배임 행위가 된다.
이런 비민주적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참된 민주화는 요원하다. 등기이사 등 형식과 무관하게 사실상의 지배권 행사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는 등의 법제 개선이 더욱 절실해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