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상을 오랜 시간 보고 나면 눈이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에는 같은 3D 영상이라도 영화, 모니터, 스마트폰에 따라 눈이 받는 피로도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연구진은 "2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3D 영화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로 3D 영상을 봤을 때 눈에 피로감이 더 컸다"고 시각저널(Journal of Vision) 최신호에 발표했다.
사람이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건 두 눈이 떨어져 있어서다. 사람의 두 눈은 약 7㎝ 간격을 두고 있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이로 인해 각 눈의 망막에 맺힌 상이 차이가 나고, 이를 조합해 사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건국대병원 안과 신기철 교수는 3D 영상을 보고 나면 눈이 피곤해지는 이유에 대해 "사람과 입체영상, 화면 간의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입체영상은 화면 앞으로 나와 있다. 눈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는 상대적으로 가까이 있는 입체영상과 그보다 뒤에 있는 화면 모두에 초점을 맞춰야 해 눈이 쉽게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모니터로 보는 3D 영상은 피로감을 더한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정재림 교수는 "스마트폰과 모니터는 특성상 3D 영상을 가까이서 보게 된다"며 "3D 영상이 가까이 있으면 멀리 있을 때보다 화면을 바라보는 두 눈의 각도 차이가 커지고, 눈에 맺히는 상도 크게 달라져 눈이 빨리 피로해지고 두통이 오기 쉽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안이 온 사람들이 가까이서 3D 영상을 보면 눈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 노안은 가까이 있는 사물과 활자를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질환이다.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해 초점을 맞추는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는 40대 이후부터 주로 앓는다. 정 교수는 "노안으로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3D 영상을 보는 건 줌 기능이 망가진 카메라 렌즈로 접사를 하려는 것과 같다"며 "3D 영상을 보려고 눈에 힘을 계속 주면 안구건조증이나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가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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