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이 본인 지분은 계속 낮추면서도 계열사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위 10대 대기업집단 총수들의 지분은 1.1%에 불과했지만, 계열사 지분은 절반을 넘어 2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공개한 '2011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자본금 기준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총수 지분율이 낮은 곳은 롯데(0.05%), SK(0.08), 두산(0.18) 순이었다. 이들 기업은 총수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합쳐도 각각 2.24, 0.79, 3.55%에 그쳤다. 반면, 계열사 지분율은 각각 56.87, 62.56, 49.33%를 기록함으로써 총수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내부 지분율(총수+총수 일가+계열사 지분)이 모두 절반을 넘었다. 특히 SK는 내부 지분율을 지난해에 비해 7.42%포인트나 높였다.
10위권 아래 그룹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이런 경향은 다르지 않다.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55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38개 기업집단(1,364개사)의 총수 지분율은 2.23%에 불과했지만, 계열사 지분(47.36%)을 포함한 내부 지분율은 54.2%에 달했다.
지난해에 이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연속 지정된 35개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53.98%로, 지난해(50.50%)보다 3.48%포인트 올랐다. 총수 지분율은 2.15%로 소폭(0.03%포인트) 증가하고 친족 지분율은 2.18%로 소폭(0.1%포인트) 감소한 반면, 계열사 지분율은 47.27%로 3.69%포인트나 올랐다.
이들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 1,364곳 가운데 총수 일가 지분이 전혀 없는 계열사는 69.6%(949개)에 달해 총수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4.55%ㆍ62개)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대기업 총수들이 자신 및 친족 지분도 없이 70% 가까이 되는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출자도 더 늘어났다. 총수가 있는 38개 대기업집단 중 26개 집단이 131개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7개 집단 소속 63개 금융보험사가 142개 계열사(금융 94, 비금융 48)에 출자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지정된 35개 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비금융 계열사 출자액은 지난해 3,521억원에서 3,724억원으로 203억원 늘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총수 일가는 사실상 2%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인데, 계열사 지분을 이용해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사외이사제도, 감사제도 등 지배구조 개선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등기이사 여부를 떠나 지배력을 행사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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