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약 80%가 평생에 적어도 한 번은 감염되는 암 바이러스가 있다. 바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ㆍ인간 파필로마 바이러스)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전문가들은 성경험은 점점 빨라지고 첫 임신과 출산은 점점 늦어지는 요즘 추세가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자궁경부암 초기엔 특별한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출혈과 냉이 심해져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암이 오래 진행돼 덩어리를 형성한 경우가 많다. 완치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다. 평소 일 때문에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 접종을 놓쳤다면 이번 여름휴가 때라도 늦지 않았다.
영국 일본보다 높은 발병률
물론 HPV에 감염됐다고 해서 무조건 다 암으로 발전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원래 몸이 갖고 있는 면역력 덕분에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또 HPV의 유형은 100여 가지나 된다. 그 중 약 15가지만이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암을 일으키는 능력(발암성)도 유형마다 천차만별이다. 상대적으로 발암성이 약한 바이러스를 만나면 면역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암에 걸리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성관계를 시작할수록, 성관계를 갖는 상대가 많을수록 HPV에 감염되는 횟수가 증가한다. 그만큼 발암성이 강한 유형의 HPV를 만날 가능성도 커진다.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영양상태가 좋지 않거나, 담배를 피우면 면역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발암성 높은 HPV에 대항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결국 현대 여성이 과거보다 자궁경부암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직도 자궁경부암을 중년 여성만 걸리는 병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오해다. 1990~1992년 국내 전체 자궁경부암 환자 가운데 6%를 기록했던 35세 미만 환자 비율이 2005~2006년엔 11.3%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검진 받는 여성은 많지 않다.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가 18~55세 여성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받는다는 응답자는 15.6%에 불과했다. 특히 18~35세 젊은 여성의 검진율은 약 8%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1.2명으로 영국의 7.2명, 일본의 9.8명 등 선진국에 비해 높다. 더구나 이른바 '0기 암'이라고 불리는 발병 직전 단계까지 포함하면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다.
자궁 입구에 해당하는 경부의 피부(상피)에 HPV가 침입하면 수년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상피세포를 비정상적인 모양으로 변형시키기 시작한다. 자궁경부상피이형증이라 불리는 이 상태가 암 직전 단계다. 비정상 상피세포가 상피를 뚫고 퍼져나가 암 덩어리를 형성하면 자궁경부암 1기로 진단된다.
자궁경부암처럼 발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암은 흔치 않다. 덕분에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대한부인종양콜포스코피학회는 15~17세를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의 최적 연령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관계 경험이 있거나 결혼한 여성도 백신 접종을 하면 자궁경부암 발생 확률이 70% 이상 줄어든다는 게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설명이다.
多 예방이냐 高 예방이냐
자궁경부암 백신은 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 딱 두 종류다. 두 백신 중 어떤 걸 맞을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예방할 수 있는 HPV의 종류다. 가다실은 4가지(6, 11, 16, 18형) 유형의 HPV를, 서바릭스는 2가지(16, 18형) HPV를 차단한다.
MSD 측은 "HPV 중 6형과 11형은 생식기사마귀나 외음부암, 질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가다실은 상피이형증이나 자궁경부암 말고도 이들 병까지 함께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GSK 측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약 70%는 사실 16형과 18형 HPV"라며 "서바릭스는 가장 흔한 발암성 16형과 18형 HPV에 대해 (가다실보다) 더 높은 면역반응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자궁과 관련된 여러 병을 함께 예방할지, 자궁경부암 예방효과를 높일지를 선택하는 건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두 백신은 모두 어깨 근육에 맞으며 접종 횟수는 총 3번이다. 한 번 맞는 비용은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가다실은 18만원, 서바릭스는 15만원 안팎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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