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을 삼가던 중국 언론이 원저우(溫州) 고속철 사고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재로 빚어진 사고를 계기로 언론 통제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일간 신경보(新京報)는 27일 정부의 불투명하고 미숙한 대응 비판에 한 면을 할애했다. 경제지 21세기경제보도는 같은 날 고속철 기술과 안전을 자화자찬한 당국자들의 발언을 일일이 꼬집고 28일에는 원저우시가 변호사들에게 유족을 돕지 말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정부가 합의를 서두른다고 비판하며 "유가족이 정부의 배상금 지급에 응하지 않으면서 사건 발생의 진실이 무엇인지, 왜 배상작업을 서두르는지를 먼저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을 특히 자극한 것은 정부가 구조작업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서둘러 정리해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 점이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는 추락한 객차를 마구잡이로 폐기하는 영상을 띄웠다.
한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7, 28일 사고 현장을 방문했으나 피해자들로부터 항의와 분노를 들었다. 사망자와 부상자 가족들은 정부가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나타낸 뒤 배상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원 총리는 "비통한 심정"이라면서 "발전과 건설은 인민을 위한 것이고, 인민의 생명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벼락 때문이 아니라 신호설비 및 관제시스템 결함 때문이라는 잠정 결론도 나왔다. 안루성(安路生) 상하이철도국장은 28일 사고조사팀 전체회의에서 "원저우 남역 신호설비의 설계에 결함이 있어, 열차가 벼락을 맞고 고장난 뒤 붉은 신호등을 켜야 할 구간에서 녹색 신호등이 잘못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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