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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은 정신 서양은 물질' 낡은 고정관념 깨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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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은 정신 서양은 물질' 낡은 고정관념 깨뜨린다

입력
2011.07.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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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를 연구하는 세계의 인류학자 200여명이 한국에 모여 동아시아의 ‘물질’문화를 토론한다. 8월 1~5일 전주의 전북대 진수당에서 열리는 세계 동아시아 인류학 학술대회가 그 자리다. 한국문화인류학회(회장 조옥라 서강대 교수)와 미국동아시아인류학회(SEAA)가 주최하고 전북대 고고문화문화인류학과와 대학원 BK21사업단이 주관한다. 2007년 홍콩, 2009년 대만 타이베이 대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주제는 ‘물질주의적 동아시아_물질, 기술 그리고 성공에 대한 재고찰’이다. 흔히 ‘동양은 정신문화, 서양은 물질문화’라고 파악해온 이분법을, 오늘날 동아시아 문화의 물질주의적 특징을 조명함으로써 깨뜨리겠다는 취지다. 하기는 ‘부자 되세요’가 최고의 덕담이고, 과시적인 소비가 판을 치며,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의 IT 강국으로 성장한 21세기 한국을 유교 전통이나 샤머니즘 같은 정신적 유산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하는 것은 시대 착오일 것이다. 반면 서구는 영성 등 정신적 가치를 향해 무게 중심을 이동 중이다.

인류학이 아시아 문화를 물질주의 면에서 다루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번 대회 준비를 맡은 임경택 전북대 교수는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설명한다.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서구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이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그에 따른 물질주의 확산 현상이 관심을 끌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30개 분과에서 20개국 학자 160여 명이 논문을 발표한다. 가장 정신적인 것으로 여겨져 온 종교의 물질주의적 변화를 비롯해 성형수술과 비아그라 등 현대 의료를 통해 몸에 침투한 물질주의, IT 기술과 인터넷, 음식 소비와 정체성의 정치, 출세와 성공에 대한 욕망 등 논의의 폭이 매우 넓다. 오늘날 동아시아 문화에 물질주의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피는 데 주력한다.

특별 분과로 재난인류학을 다룬다. 재난인류학은 올해 3월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에서 등장했다. 3ㆍ11 대지진뿐 아니라 2008년 중국의 쓰촨 대지진, 1995년 일본의 한신 대지진이 갖고 있는 문화적 의미를 한중일 인류학자들이 토론할 예정이다.

한국문화인류학회는 이번 대회를 동양을 바라보는 서양의 몰이해 또는 오리엔탈리즘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고 싶어한다. 임 교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연구만 해도 서양 학자들은 전통혼례, 샤머니즘, 가부장제 등 서구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에 치중해 한국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왔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대회는 서양중심적 편견에 따른 오해와 왜곡을 바로잡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 온 학자들이 한국 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닷새 일정 중 하루는 전북 지역 네 곳의 현장조사에 배정했다. 한국 학자들과 함께 8월 3일 군산, 전주, 정읍, 남원으로 가서 그 지역의 전통과 현대를 둘러본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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