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금 증발 의혹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과거 정부 '연루설'을 제기하자 민주당이 "저축은행 대출은 오히려 현정부 들어 늘었다"고 맞불을 놓았다. 저축은행 사태 원인 규명과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선 여야가 책임론을 둘러싸고 전(前)ㆍ현 정권 대리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소속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27일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 개발사업에 제공한 대출금 5,498억원 가운데 2008년 이후 대출이 71%인 3,905억원"이라며 "한나라당은 대출금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전 정권 유입설을 흘리고 있지만 억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이 대출금 증발 의혹을 제기한 신안군 개발 및 영각사 납골당 분양 사업도 2008년 이후 대출 규모가 각각 50.1%(1,802억원)와 68.7%(552억원)로 2008년 이전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저축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C)에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제공하면서 13%의 금융자문수수료와 12% 이상의 금리를 부과하고 SPC가 대출금을 돌려막기 대출에 사용하는 관행을 감안하면 캄보디아 사업 대출금 3,000억원 증발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정조사특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 개발 등 3개 사업에 대출금을 쏟아 부었지만 돌연 증발됐다"며 참여정부 당시 정상회담 대가로 북측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 등 '전 정권 비자금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이날도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 개발 사업에 제공한 대출금 가운데 1,400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고 의원은 "사업부지 매입비용과 금융비용, 시행비용 등을 제외한 미지급 이자 460억원 및 SPC 운영비 950억원이 한국과 현지의 로비자금으로 사용되고 비자금으로 은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신안군 개발 사업과 관련, "3,000억원 이상의 대출금 중 일부는 토지매입 등에 사용돼 담보로 확보돼 있으나 나머지 대출금의 사용처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성이 불분명한데도 별다른 담보 취득 없이 SPC에 '턴키방식'으로 대출을 늘려 부실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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