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두렵기도 했지만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상황을 모른 척 할 수 없었습니다.”
27일 폭우와 산사태로 7명이 사망한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서 그나마 한 군인의 헌신적 구조활동으로 인명피해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주인공은 수도방위사령부 정보통신단 소속 노지선 중사(29).
노 중사는 이날 오전 9시40분께 부대 바로 앞에서 수해 방지 작업을 하다 황급히 달려온 전원마을 주민을 만났다. “군인 아저씨,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도와주세요”라는 말에 사태의 긴박성을 깨달은 노 중사는 한 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노 중사는 우선 산사태로 밀려온 토사와 나무에 깔린 차량 속 30대 남성을 꺼내는 데 전력을 다했다.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반지하주택에 임산부와 아이가 갇혀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현장으로 달려간 노 중사는 창문을 통해 2층 침대 위에 겨우 피신한 30대 중반 어머니와 여섯 살짜리 아이를 발견했다. “물속에 전깃줄이 널려 있어 감전이 될 수도 있다는 만류도 있었습니다만 네 살짜리 딸을 키우는 부모여서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노 중사는 망치로 창문을 깨서 아이를 건네 받은 후 임산부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노 중사는 동료와 함께 물속에 잠긴 어린 영아까지 찾아냈지만 이 영아는 숨진 뒤였다.
하루 종일 구조작업과 복구지원에 나섰던 노 중사는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으면 살릴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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