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수도권 시민들은 하루 종일 통근 전쟁을 치러야 했다. 폭우에 서울 강남북 주요 대로는 순식간에 침수된 자동차들이 떠다니는'강줄기'로 변했다.
출근 차량이 몰리는 오전 8시께 잠수교, 올림픽대로 여의상류IC 인근, 증산지하차로, 동부간선도로 성동교~월계1교, 양재천로 영동1교~KT앞 등 강남ㆍ북을 가리지 않고 도로가 통제되면서 극심한 출근길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저녁까지 통제되는 곳이 많아 혼잡은 퇴근 때까지 이어졌다.
또 오전 6시5분께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이 침수돼 1시간 가까이 열차의 운행이 중단됐다. 지하철 2호선과 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 인근 철로 일부 구간이 침수되면서 오전 8시30분께부터 분당선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지하철 2ㆍ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은 사당 사거리가 물에 잠기면서 출입이 통제됐고, 3호선 대치역도 오전 한때 열차가 정차하지 못하고 통과했다.
경원선 전철 용산~청량리 구간은 퇴근시간까지 운행이 중단됐으며, 동부간선ㆍ서부간선로와 올림픽대로의 통제는 오후까지 이어져 혼잡은 퇴근길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 도로 수백 곳의 신호등이 꺼져 교통 혼란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추석 침수됐던 광화문 세종로사거리 일대는 또 다시 물에 잠겼다. 세종로사거리는 한꺼번에 내린 비가 역류하면서 아침 한때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 시는 지난달 말까지 광화문 침수방지대책 공사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현재 공정률은 68%에 불과하다. 시는 비가 자주 내려 공사 진행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비로 인해 토사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산사태와 석축 붕괴 사고가 잇따랐다. 오전 8시30분께 금천구 시흥동 호암 1터널 입구에서 산사태가 발행해 차량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차량 3대가 흙더미에 파묻혔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오전 8시45분께는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터널 요금소 출구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도로 50m 가량이 흙으로 덮였다. 또 구로구 개웅산 인근 길훈아파트도 산사태도 유리창이 파손됐으며 강북구 도원사 옆 석축도 무너졌다.
주택과 상가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7일 총 359건의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중랑구 강북구 성북구 서대문구 강서구 영등포구 등 서울 대부분 지역의 저지대 주택이 물에 잠겼다. 또 구로구 목감천이 범람 위험 수위에 다다르면서 인근 30가구 60명의 주민이 개명중학교로 대피했다. 중구에서는 명동, 소공동 등 상가 7곳이 피해를 입었다. 한성여중 등 학교 26곳도 건물 지하가 침수되거나 비가 새는 등 피해를 입었지만 방학 중이라 큰 혼란은 없었다.
문화재도 폭우 피해를 넘지 못했다. 창경궁은 집춘문에서 초식사 가는 방향의 외곽 담장 중 하단 석축의 너비 약 6m 구간이 무너져 추가 붕괴를 막는 임시 조치로 장막을 덮어둔 상태다. 27일 오전 9시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로 쓰였던 종로구 이화장 본관 뒤편 높이 5m 가량의 화단이 무너져 건물을 덮쳤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시실에 흙이 밀려들면서 초상화 등 유품 수십점이 묻혔다. 송파구 방이동 백제고분군은 박석을 깐 관람로 구간 중 6m 정도가 유실됐으나 고분들에 직접적 피해는 없다.
문화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우면산 산사태의 영향으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과 국립국악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연이 취소됐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서울 명동 카페마리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1회 방황영화제도 열리지 못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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