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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8·5 근무제' 추진에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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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8·5 근무제' 추진에 역풍

입력
2011.07.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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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라도 오후 5시에 퇴근하겠다."

"공직 사회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다."

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부문 근로시간을 오전 8시~오후 5시로 한 시간 앞당기는 '8ㆍ5 근무제'를 밀어붙이려는데 대해 공직 사회 내부의 반발이 거세다. 박 장관은 최근 한 달여에 걸친 부처간 협의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27일 "나라도 솔선수범하겠다"며 8ㆍ5 근무제 강행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공무원노조 등 일선 공무원들은 물론 공무원 근무제도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조차 불편한 표정이 역력하다.

박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8ㆍ5 근무제에 대한 소신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는 참석 장관들에게 "선진국에선 여름철 서머타임제를 통해 오전 8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이 보편화돼 있는데 우리도 이제 근무시간을 바꿀 때가 됐다"며 "하루아침에 일률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행안부의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는 차원으로 접근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오후 5시에 퇴근해 저녁약속도 오후 6시에 잡기로 결심했다"며 "내가 5시에 사무실을 떠나면 재정부 직원들의 퇴근시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까지 말했다.

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사실 '1보 후퇴' 성격이 짙다. 8ㆍ5 근무제 아이디어는 박 장관 이 지난달 중순 '내수활성화를 위한 국정토론회'에서 처음 제안했다. 이후 지난 한 달 간 부처합동 태스크포스(TF)에서 중점과제로 논의했으나 대다수 부처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처간 이견이 많아 당장 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결국 박 장관이 '나라도 하겠다'는 의지만 내보인 채 한 발 물러선 셈이다.

8ㆍ5 근무제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시각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출근만 일찍 하게 될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 탓이다. 일찌감치 반대 입장을 천명한 공무원노조총연맹은 "한국처럼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사회에서 상급자보다 먼저 퇴근할 간 큰 공무원이 얼마나 될 지 궁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고위 간부조차 "진작부터 시행 중인 유연근무제도 잘 안 지켜지는 게 현실인데, 8ㆍ5 근무제를 도입해봐야 내수 진작은커녕 근무시간만 늘릴 것"이라고 혹평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각 부처에 도입돼 시행 중인 유연근무제의 경우 참여율이 5%(3월 말 현재)에 그칠 정도로 낮은데다, 상대적으로 업무책임이 적은 하위직 공무원들이 주로 활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중간간부 이상은 칼퇴근이 지켜지기 어렵고 덩달아 부하직원들의 퇴근도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셈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박 장관의 아이디어는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장거리 통근자의 경우 오전 8시 출근이 어려울 수 있고 ▦육아 중인 여성직원에게 9시 출근을 허용한다 해도 조직 내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정시퇴근이 정착되지 않으면 야근수당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들도 공무원 개개인의 사정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적용하는 것이 대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유연근무제조차 정착되지 못한 현실을 감안해 어느 정도 충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8ㆍ5 근무제의 취지"라며 "꾸준히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8ㆍ5 근무제가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봄ㆍ가을 방학 신설 ▦휴일제도 개선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 삶의 양식을 바꾸는 정책들도 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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