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 스마트폰의 파상공세에 밀려 업무용 휴대폰의 원조격인 블랙베리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은 매출이 급락하자, 지난달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하고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 9월 2,000명에 이르는 인원을 감축하기로 한 것. 이는 RIM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수준. 앞서 지난달엔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돈 모리슨까지 해고됐다. 회사 임원들도 줄줄이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아프리카 지역 마케팅 담당인 리벤버그 이사, 디지털 마케팅 담당 브라이언 월라스 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RIM의 위기는 급감하는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을 볼 때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20%에 달하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올 1분기 13.4%로 떨어졌다. 판매량 역시 지난해 4분기 1,490만대에서 올1분기 1,320만대로 13%나 줄었다.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12.2%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위기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서는 블랙베리의 위기를 두고 군소 스마트폰 응용체제(OS)의 몰락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한다.
김종완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OS가 애플과 구글의 양강구도로 재편되면서 자체 OS를 쓰는 블랙베리의 입지가 쪼그라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블랙베리가 선점했던 기업 대상의 업무용 휴대론 시장도 대부분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OS 진영으로 넘어가면서 위기는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블랙베리는 이메일 등 모바일 오피스에 특화된 휴대폰을 출시,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기업 고객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의 공세에 이 기업시장마저 빼앗기면서 된서리를 맞기 시작했다.
자체 OS를 고집하면서도 콘텐츠 구축에는 소극적이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용자가 블랙베리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앱)은 고작 3만여 개에 불과하다. 애플, 구글과 콘텐츠 경쟁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블랙베리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앱 등을 자체 OS와 공유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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